'텅 빈 교실, 주인 잃은 책걸상 그리고 책상 위에 놓인 하얀 국화꽃다발'

▲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의 장례식이 열려 운구차량이 단원고 교정에서 노제를 마친 뒤 정문을 나서고 있다.

여객선 침몰사고 1주째인 22일. 지금쯤 즐거웠던 수학여행을 떠올리는 학생들의 재잘거림으로 가득해야 할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교실은 마치 심해(深海)와도 같이 고요했다.

오전 8시 30분 안산 한도병원 장례식장을 떠나온 2반 희생자 김모양의 운구차량이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자 학교를 감도는 적막은 곧 유족과 친구들의 흐느낌으로 뒤바뀌었다.

김양의 아버지는 영정사진과 명패 앞에서 두 번 절을 하고 두 잔의 술잔을 따르며 딸이 갈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정문에서 한 시민이 학생들이 적어 놓은 무사귀환 기원 글들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 양의 이름표가 붙어 있는 책상과 의자에는 딸의 체취가 남아있는 교복과 필기구, 누군가 가져다 놓은 하얀 국화 꽃다발만이 가지런히 놓여 있어 처연함을 더했다.슬픔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김 양의 어머니는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어렵게 교실로 올라가 딸을 반복해서 불렀으나 대답없는 책상만이 그를 맞았다.

학교와의 작별인사를 마친 운구차량이 운동장을 나서자 검정색 정장차림 선생님들과 교복을 입은 1,3학년 학생 10여명은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김 양을 떠나보냈다.

이날 오전 장례식을 치른 희생자 학생들의 운구차량은 장지로 향하기 전 차례로 학교 운동장에 들르며 '마지막 등굣길'인 노제 행렬을 이어갔다.

옆에서 지켜보던 한 주민은 "억울하게 죽은 학생들의 넋을 기리려고 노제에 왔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아 차마 끝까지 지켜보지 못했다"며 "안타깝고, 슬프고, 미안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하루 단원고 학생 11명의 장례식이 치러졌으며 23일 안산시내 장례식장에서 희생자 20명의 발인이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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