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자문위원 유기홍

업무일선에서 물러날 시기가 다가오자 허전한 마음과 함께 ‘이제 시간적 여유가 생길 것이니 평소 머릿속에 그려왔던 일들을 본격적으로 펼칠 수 있겠다’라는 생각에 기대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퇴임이 현실화 되자 막연하기만 할뿐 구상해 놓았던 일이 진전이 되질 않았다. 현역시절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은퇴후의 일들에 구체적으로 생각할 겨를이 없기도 했지만 계획이 있었다 해도 곧바로 착수할 만큼 준비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필자는 일을 밀어붙이고 보는 저돌적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기에 머뭇거리며 마음만 조급해지는 것이었다. 계획했던 일을 잠시 접어두고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서두를 일이 아니라 작은 일부터 시작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싶었다. 우선 봉사활동에도 참여하며 나눔의 삶을 실천해보는 것이 어떨까? 

그런데 봉사활동을 경험해보지 않은 필자로서는 봉사하는 일 또한 막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때 마침 메일 한통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외국어 자원봉사단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당장 참여하겠노라고 답을 보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에서 사회적기업을 위해 봉사할 프로보노 단원에 합류한 거였다.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 기여가 되는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한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봉사하는 일에 이것, 저것 가려서도 안 되지만 자신이 가진 전문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이라면 더없이 좋은 게 아닌가? 더구나 벌써 내게는 17년 넘게 삶의 터전이 되어온 고양시의 지역사회 발전에 보탬이 될 일이 있다니 미리부터 마음이 뿌듯했다. 

이렇게 프로보노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이제 막 시작단계여서 그런지 봉사활동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주어진 일도 사회적기업의 사업과 제품 소개책자의 영문화 작업, 국제전시행사에서와 복지재단 장애인 체육대회에서의 통역봉사와 같은 외국어와 관련된 일들이어서 약간의 아쉬움도 있다. 그럼에도 앞으로 기대가 되는 것은 프로보노 활동을 주관하는 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이 매우 의욕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간간이 외국어 봉사위주로 벌이고 있지만 내년부터 사회적 기업에 경영자문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힐 것이라 하니 기대가 된다. 공공사회에 전문성을 기부한다는 프로보노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활동의 폭을 넓히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만큼 많은 성과도 거둘 수 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프로보노 활동에 참여한 120명의 단원들이 외국어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가진 인적 네트워크도 여전히 활용 가능한 훌륭한 자원이다. 여기에 창의적 아이디어와 열정도 가지고 있다.

고양시의 인구가 백만을 넘어섰다. 어엿한 선진국제도시를 지향하는 고양시가 지속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래 산업도시로 거듭나야한다. 고양시는 인적 물적 국제교류 중심도시로 발전할 지역적 이점을 안고 있고 이미 국제전시산업, 방송영상, 문화예술, 관광서비스산업의 기반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 IT, 물류 등 인근 지역과 연계된 산업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련기업을 유치한다면 발전가능성은 무한하다.

이런 산업들은 국제적 감각을 가진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 인적 인프라의 확보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중장년층 퇴직인력도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지금은 프로보노 봉사활동이 소외된 계층의 복지와 일자리창출을 위한 사회적기업 지원에 우선되고 있지만 사회적 기업에게만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 대상을 일반 중소기업에까지 확대하는 것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프로보노 활동이 활성화되어 봉사할 기회가 더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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