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마을 달빛 소나타
이경철
봄 4월 밤바람이 시리다
저만치 검은 바다 일렁이며 불어오는 바람
바람 휘몰아가는 구름 사이사이 떠오르는 보름달
충혈 된 달빛 확확 끼얹는다
바다벼랑까지 밀려와 맞는 바람
낮고 두텁게 깔리는 먼 해조음, 귓전 두드리는
파도소리 달빛 음색 탱글탱글하다
꿈꾸는가, 그대
자목련 붉게 피어나던 담장 너머
뺨과 입술 그리고
봉긋 솟아오르는 젖가슴
가슴 죄며 쳐다보고 그려보던
그대와 나 나직나직 이어주는
저 달빛, 실없는 추상抽象이여
바람인가, 그대
움켜쥐면 손아귀를 빠져나가 버리는
포옹하면 가슴을 스쳐지나가 버리는
끝끝내 다가갈 수 없는 허위단심
땅 끝까지 달려와 부딪혀 산산이
물거품으로 부서지고야마는
저 파도, 허천난 구체具體여
하늘 한가운데 숨 가삐 올라와 뻥 뚫린 달
고요하고 맑다
바람도 구름도 없다
심장 쥐어짜내는 달빛도 없다
추상도 아닌 구체도 아닌
텅 빈 마음 하나
꽉 찬 하늘 탱글탱글하다.
이경철 1955년 전남 담양 출생. 문학박사. 중앙일보 기자, 문화부장, 문화전문기자와『문예중앙』, 랜댐하우스, 솔출판사 주간 등으로 일하며 다수의 현장비평적인 평론 발표. 2010년『시와시학』으로 시인 등단. 저서『천상병, 박용래 시 연구』,『21세기 시조 창작과 비평의 현장』,『미당 서정주 평전』,시집『그리움 베리에이션』 시화집『꽃필 차례가 그대 앞에 있다』,『시가 있는 아침』등이 있음. 현대불교문학상, 질마재문학상, 인산시조비평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