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지방통계청 의정부사무소 소장 박희동

프랑스 경제학자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론」이 경제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에 자리를 잡고 있다. 800페이지 넘는 방대한 분량과 함께 각종 통계를 바탕으로 산출된 그래프로 가득 찬 이 책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도 이슈다. 

경제학 교과서의 저자로 유명한 하버드대의 맨큐 교수는 공개적으로 피케티를 비판했고, 세계 최고의 부자이자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자신의 블로그에 다소 비판적인 서평을 올렸다. 반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십 년간 출간된 경제학 서적 중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평하는 등 이 책에 대한 논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의 결론에 대한 찬반논쟁을 떠나 이 책이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피케티가 이 책을 쓰기 위해 15년 동안 방대한 통계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했다는 점이다. 책의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18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여러 저자가 내놓은 국부추정치를 면밀하게 집계하고 비교한 다음, 20세기 초반의 공식 자본계정과 연결해서 자본/소득비율의 역사적 변화에 대한 일관된 분석결과를 통합”해 피케티는 자신의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피케티가 참고한 많은 통계 자료 중 관심을 끄는 것은 1791년 출간된 「프랑스 왕국 영토의 부」이다. 이 책은 1789년 프랑스대혁명 시기의 소득과 부를 측정한 추정치를 발표한 것으로 혁명 이후 프랑스 사회를 개혁하는데 커다란 영감을 주었고, 2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가통계를 다루는 통계인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통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오늘날의 국가통계는 프랑스대혁명 당시와 비교한다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첨단조사기법이 도입되었고 슈퍼컴퓨터를 이용하여 더욱 정확한 통계가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통계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응답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고 1인 가구, 맞벌이 가구 증가 등으로 응답률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피케티가 200년 전의 자료를 이용해서 오늘날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한 것의 토대 속에는 응답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내재되어 있다. 통계인들도 보다 정확한 통계생산을 위해서 노력해야겠지만, 응답자가 없는 통계는 존재할 수 없기에 응답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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