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죄를 지었다

                               송 진

 

움직이는 것마다 때가 묻는다

생각하는 것마다 똥이 묻는다

 

이 일을 어찌 하랴

 

내 공부가 급한데

누구를 탓하랴

 

슬프고 슬프다

 

오르지도 못하고

기어 다니지도 못하고

 

그래도 걷는다

비틀비틀

밤비에 젖은 검은 능선을 바라보며

 

가다가

가다가

 

다 가지 못해도

 

오늘은 죄 없는 잠을 자고싶다

농부화가 김순복
                     농부화가 김순복 作

 

 

 

 

 

 

 

 

송진 1962년 부산 출생. 1999년 '다층' 제1회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지옥에 다녀오다' '나만 몰랐나봐' '시체 분류법' '미장센' 계간 '사이펀' 책임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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