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에서 만난 샤트로스
                                   

                                 정민나

불어난 물은 사람의 마을을 휘돌아 출렁이며 흘러간다
나란히 걷는 너의 시야는 어느 틈에 계단을 꺾어 올라가는구나 
중턱은 어둡고 바람 불고 몹시 미끄러워 
물굽이는 그 수위가 높아진다 어느 집 정원을 넘보며 
물은 흘러간다. 꽃과 이파리는 순정하게 밖을 내다보는데 
어깨를 나란히 한 병정 같은 물살이 척척척!
발을 맞춰 지나간다. 반걸음만 덜 해도 독주는 약주가 된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에서 보는 아시아 축구 예선 결승
대한민국 선수와 호주 선수가 공을 몰아가는데 
그게 호수였다고 그게 물빛이었다고 
구름 같은 풀꽃들 눈부시게 피어난다
탄력이 붙은 관람석에서 총을 맨 계곡의 바람 소리
응원하는 물소리… 
심장이 두근거리고 마음이 쫄깃거리는 
샤트로스를 주거니 받거니 한다


*샤트로스: 프랑스 승려가 120여 가지 약초를 채취하여 빚은 초록 빛깔 나는 독주이면서 약술. 

                                                      사진작가 조성근 作.
                                                      사진작가 조성근 作.

 

 

 

 

 

 

 

 

 

 

 

정민나 1960년 경기 화성출생, 1998년《현대시학》으로 등단,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대학원, 인하대학교 한국학과 대학원 졸업, 현재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강사.

저서 '꿈꾸는 애벌레' '이야기가 있는 시창작 교실' '점자용 이야기가 있는 시창작 교실' 'E 입국장, 12번 출구' '협상의 즐거움' 시론집 '정지용 시의 리듬양상' '파동이 신체를 주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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