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이 멀어만 보인다. 17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공연장 환풍구에서 발생한 추락사고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걸그룹의 공연을 보려고 환풍구에 올라갔다가 1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고다. 환풍구의 철제 덮개는 많은 사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져 내렸고 사람들은 순식간에 지하로 떨어졌다. 

쉬는 날 공연장을 찾은 부부와 기러기 아빠 등 무고한 시민들이 이렇게 또 목숨을 잃었다. 공연장에는 많은 사람이 몰렸지만 안전조치는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어 이번 사고도 전형적인 인재(人災)의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언제까지 이런 부끄러운 사고를 계속 겪어야 하는지 안타깝다.  
 
인파가 몰리는 공연장에서 안전문제를 소홀히 했다가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형사고는 전에도 종종 있었기에 더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2005년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공연에서는 사람들이 몰려 서로 먼저 입장하겠다고 하다가 넘어져 11명이 압사하고 70명이 다치기도 했다. 이번에 사고가 난 공연장에도 걸그룹 등을 보려고 많은 사람이 모였다. 그러나 안전조치는 소홀했다. 

경찰의 잠정 수사결과로는 계획서상 안전요원 4명을 배치하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실제 현장에는 안전요원이 애초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경찰은 안전요원으로 등재된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직원 4명은 자신이 안전요원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정말 기가 막힐 일이다. 이러니 환풍구 위로 사람들이 마구 올라가는데도 제지할 안전요원이 주변에 있을리 없었다.  
 
우리 사회에 환풍구와 관련한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사고가 난 환풍구는 지상에서 1.5m 정도의 높이여서 사람들이 올라서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시설물이다. 환풍구 주변에 사람들의 진입을 제지하는 안전시설도 없다고 한다. 

이런 상태에서 많은 사람이 올라서자 환풍구 덮개는 그 무게를 견뎌내지 못해 무너졌다. 환풍구 덮개가 얼마까지 하중을 견뎌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면 부실하게 만들었다고 따질 수 있지만 문제는 그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 환풍구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수많은 환풍구가 이렇게 안전에 사각지대인 것이다. 환풍구에 올라설 수 없게 차단하는 안전시설 또는 경고표시 등이 있다거나 환풍구 덮개가 상당한 무게도 견딜 수 있게 튼튼하게 만들어졌다거나 하면 이번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동안 어떻게 이런 기준조차 없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환풍구와 관련한 안전기준을 조속히 마련해 환풍구를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시설로 방치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환풍구뿐 아니라 이렇게 안전의 사각지대로 방치된 시설이 더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안전을 무시하다 발생하는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래서는 우리 사회가 과연 안전해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우리에게는 '설마'가 문제다. '설마 무너지겠어' 하는 식의 생각이 결국 우리의 안전을 좀 먹는 것이다. 

불안한 환풍구 위에 사람들이 올라섰다가 발생한 이번 사고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모두 철저하게 바뀌지 않고서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은 갈수록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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