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핵포기와 인권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남북관계에서도 대화 제스처와 도발을 반복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제 10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아셈·ASEM)에서 "북한이 하루속히 핵을 버리고 폐쇄된 문을 열어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삶을 윤택하게 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는 길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최근 남북고위급 대화 개최 합의 직후 벌어진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휴전선에서의 총격전을 지적하면서 "북한이 이중적인 면에서 벗어나 진정성을 갖고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21세기 들어 유일하게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핵개발과 경제발전을 병행한다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며 아셈 회원국들에 북한의 변화를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또 남북관계의 당사자로서, 남한이 북한에 대해 바라는 것들을 분명히 밝혔다는 의미가 있다. 북한이 남북관계의 개선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새겨 들어야 할 얘기다.  
 
그러나 북한은 박 대통령을 비난하며 핵이나 인권에서 국제사회가 바라는 조치를 취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안타까운 일이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18일 "이것은 우리에 대한 또 하나의 용납할 수 없는 정치적 도발이며 모처럼 마련된 북남 대화의 분위기를 망치게 하는 엄중한 망발"이라고 주장했다. 

조평통은 이어 "박근혜는 입을 잘못 놀리는 그 악습 때문에 북남관계를 완전히 망칠 수 있다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며 "박근혜가 북남 대화와 관계 개선을 진정으로 바란다면 그에 저해를 주는 언행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공식기구가 내놓은 이런 비난을 보면 과연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나 진정성이 있는 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그러면서도 우리가 이달 말 개최를 제안한 남북 2차 고위급접촉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고립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으며, 그 고립의 출구는 결국 남북대화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화의 진정성일 것이다. 북한이 핵이나 인권, 과거 대남 도발 등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남북대화를 한다해도 그 성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북핵 협상의 한 획을 그었던 `북·미 제네바합의'가 20돌을 맞았다. 이 합의는 당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지난 20년간 북한은 한편으로는 국제사회와 협상을 계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는 행태를 보였다.

실제로 북한은 2천년대 들어 3차례나 핵실험을 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북한과의 핵문제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어떤 협상을 해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체제하에서 핵개발·경제 발전 병진노선을 채택하고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하는 등,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북한은 이제 핵무기 관련 협상으로 국제사회의 지원을 얻어낸다거나, 핵무기 사용 위협으로 남한과 국제사회를 굴복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는 국제사회의 대북 투자나 경제지원을 막는 장애물일 뿐이라는 점을 북한 지도부는 하루속히 깨달아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순간, 북한은 고립에서 탈피해 비약적인 경제발전의 토대가 될 경제협력을 남한과 국제사회에서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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