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의 불
                                                       

                                               문설


얼음에 입술 데인 적 있다
얼음에도 불이 숨어 있었다니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불꽃은 북극에도 적도에도 있고 
녹지 않는 사막에서 여우가 빙하를 주유한다
여우의 꼬리는 혀를 닮아 
얼음의 둘레를 살살 더듬기도 하지만
얼음은 깨물어 먹는 동안의 즐거움 
사각의 시원함 대신 사막의 서걱임을 동경한다
처음부터 즐거워지려는 속내는 아니었다 
원시는 차갑고도 차가워 혀에서 뿔이 자란다 
그것도 한때 불이었다 그 불에 데인 적 있다
모래 같은 믿음은 뒤통수를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말은 말을 낳고 화인(火印)이 깊게 박힌다
폭염이 지상에 오래 머물고 있다
불을 다스리는 건 남겨진 자의 몫이다 
사물은 같은 형태로 오래 지상에 머물지 않는다
그동안 내가 깨물어 먹은 건 얼음이 아니라 
불이었다 입 안 가득 얼음을 돌리며 간신히 
숨을 참는다

 

                                   화가 서길호 作.
                                   화가 서길호 作.

 

 

 

 

 

 

 

 

 

 

문설 61년 경기도 의정부출생,2017년 시와 경계로 문단에 나왔다. 숙명문인협회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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