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위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한다는 취지의 대학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부실 운용으로 제대로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사 대상인 학생수에 비해 사정관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전임과 위촉의 사정관 구성 비율이 규정대로 지켜지지 않아 전문성과 정확성, 공정성을 기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은 13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국정감사에서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서울대의 경우 전임 입학사정관 1명이 무려 741.1명을 심사했다. 또한 한양대는 이 비율이 718.4명, 중앙대는 667명, 서울여대는 619.3명에 달했다. 물리적으로 도저히 심사가 충실히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대교협은 입학사정관 1명이 최대 300명을 심사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를 운용중인 66개 대학 중 절반이 넘는 36개교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최근 대학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자녀의 수상경력과 봉사활동 실적을 허위로 기재해 합격시킨 학부모와 불량 교사가 구속되어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대학입학사정관제가 허술하게 운영된다면 이처럼 양심을 파는 부정행위가 계속될 수 있다. 교육당국은 대학 입학사정관제의 보완책을 서둘러주기 바란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둘러싼 잡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2년에도 수험생의 스펙을 조작해 부정 입학시킨 학부모와 브로커가 검찰에 적발돼 충격을 주었다. 또한 장애 여중생 집단 성폭행에 가담한 학생이 ‘인성이 우수한 봉사왕’이라는 추천서를 받고 대학에 합격한 웃지못할 일도 있었다. 

또한 2012년 대전, 대구 등지의 205개 고교를 대상으로 감사원이 실태조사를 한 결과 입학사정관제의 핵심 전형자료인 학교생활기록부와 교사추천서 등이 원칙대로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생활기록부를 멋대로 고친 경우가 45개교에서 217건이나 적발됐다. 

대학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학교 점수보다는 창의성과 잠재력 등을 평가해 선발한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하지만 교사추천서와 자기소개서, 면접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다보니 사정관의 눈길을 끌기 위한 화려한 스펙쌓기에 치우치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부유층을 위한 전형방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대학의 입학전형을 다양화하고 학생의 선택폭을 넓힌다는 점에서 입학사정관제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부정과 비리의 소지를 차단하고 스펙보다 학생의 소양과 잠재력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사정관제 운용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는 대학은 2012년 121개에서 지난해 127개로 늘어났다. 오는 2015년부터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명칭이 바뀌지만 내용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입학사정관제가 좋은 성과를 거두려면 무엇보다 우수한 학생을 뽑으려는 대학들의 의지와 노력도 중요하다. 대교협은 입학사정관제의 핵심인 사정관의 구성을 전임과 위촉 1대 4의 비율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를 운용한 대학의 30%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전임사정관의 경우 해당 업무 연수및 훈련시간이 40-120시간에 이르지만 위촉사정관은 15~30시간에 불과해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당국과 대학측은 이런 문제점들을 바로잡아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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