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건설한 도로와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의 적자를 보전해주느라 투입한 세금이 최근 5년간 3조원을 넘었다. 기획재정부가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민간투자사업 현황 및 사업별 재정부담 추이 자료를 보면 2009~2013년 수익형민자사업(BTO) 등 민간투자사업의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을 위해 정부가 지급한 돈의 총액은 3조4억원에 달했다. 민간 자본의 이윤을 보장해주는 데 투입되는 혈세의 규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 
 
3조4억원의 적자보전금은 2009년부터 5년간 국가 사업과 국가 보조 지자체 사업, 지자체 사업의 적자보전금을 합산한 것으로, 그 이전에 발생한 적자보전금까지 합치면 총액은 더 커진다. 정부의 적자보전 규모는 2009년 4천551억원에서 2010년 5천10억원, 2011년 5천290억원, 2012년 6천547억원으로 매년 증가했고, 2013년에는 8천606억원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체별로 보면 국가 사업의 5년간 적자보전 규모가 2조4천307억원으로 가장 많고, 국가 보조 지자체 사업이 3천582억원, 지자체 사업이 2천115억원이었다. 가장 큰 적자를 낸 사업은 인천공항철도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적자규모가 8천219억원에 달했다. 이밖에 인천공항고속도로가 3천379억원, 대구-부산고속도로 2천649억원, 천안-논산고속도로 1천888억원 등이었다. 
 
MRG 제도는 민간 자본으로 지은 SOC가 운영 단계에서 실제 수입이 추정 수입보다 적으면 사업자에게 사전에 약정한 최소 수입을 보장해 주는 제도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SOC 사업에 대한 민자 유치 활성화 차원에서 도입됐으나, 재정에서 빠져나가는 적자보전금이 너무 커서 2009년 폐지됐지만, 그 이전에 체결된 계약은 아직 유효하다. 용인경전철과 서울지하철 9호선, 거가대로 등은 부작용이 커지면서 사업재구조화 등을 통해 계약 내용을 바꿨다. 서수원-평택 고속도로는 최근 MRG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MRG의 문제가 커진 것은 수요예측 단계에서부터 도덕적 해이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민자도로의 경우 전문가 집단이 개입하는 통행량 예측에서부터 잘못된 경우가 많았다. 통행량을 과대 예측해 도로 건설의 필요성은 과장하고 재정 부담은 축소했다. 이런 잘못된 예측을 바탕으로 민간 업자에 유리한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됐고, 결과는 터무니없는 과잉투자와 혈세 낭비로 이어졌다. 인천공항의 경우 도로와 철도 양쪽에 과잉투자가 이뤄져 도로에서 3천379억원, 철도에서 8천219억원의 적자보전금이 지출됐다.  
 
MRG 제도는 폐지됐지만 후유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서둘러 상황을 재점검하고 계약 조건 변경 또는 폐지를 추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토양을 개혁해야 한다. 재정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자 유치를 통한 SOC 건설 자체를 다 없앨 수는 없다. 앞으로도 송도컨벤시아 2단계 건립사업,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 등이 민자 유치로 추진될 계획이다. 정부는 대형 건설 프로젝트 주변에 기생하는 다양한 집단의 비리 사슬을 끊어, 민자 사업이 혈세를 빼먹는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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