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부실공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엔 고속도로 터널의 붕괴를 막는 공사를 엉터리로 한 건설업체 현장소장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고속도로 터널공사에서 록볼트(암석지지대) 등을 설계보다 적게 쓰고도 제대로 시공한 것처럼 속여 공사비를 타낸 혐의로 S토건 현장소장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은 또 발주처 점검 등에 대비해 거래명세표 등 관련 서류를 위조한 혐의로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록볼트는 터널 공사에서 암반에 삽입하는 보강 자재로 붕괴를 막는 기능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이 한국도로공사와 2010년 이후 착공한 121개 터널을 전수조사한 결과 17개 터널에서 설계보다 록볼트가 적게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터널 10곳 중 1곳 이상에서 안전에 관한 중요한 공사가 부실시공된 셈이다. 이런 터널을 안심하고 통과해도 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적발된 사례를 보면 어떻게 이 정도까지 부실공사를 할 수 있는지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설계에는 록볼트를 1만8천350개 쓰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32.3%인 5천930개만 사용한 곳도 있다. 록볼트 10개 중 7개는 설치하지 않은 것이다. 

이곳의 공사를 맡은 G토건 현장소장은 8억여원의 공사대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 수사 결과, 공사비를 부풀린 공구의 록볼트 미시공 비율은 평균 27%였고, 공사비 과다 청구액은 총 187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들이 다른 자재가 많이 투입되거나 인근 주민 민원을 해결하느라 손해를 보게 되자 적자를 보전하려고 록볼트 등 자재값을 부풀려 공사비를 더 타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는 이를 눈치 채지 못했다. 주요자재 반입 수량, 품질 등을 아예 검수하지 않거나 거래명세표 등 송장만으로 확인했다고 하니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다. 도로공사는 부실공사를 막기 위한 점검을 제대로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관한 한 근본부터 바꾸자는 노력이 전사회적으로 펼쳐지고 있지만 부실공사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얼마전 '싱크홀 불안감'을 일으킨 석촌지하차도 동공(洞空. 빈 공간)의 경우도 그 원인이 지하철 9호선 공사를 맡은 시공사의 부실공사 때문이라고 서울시가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호텔, 영화관, 종교시설, 대형 사무빌딩 등 전국 주요 건물 100여 곳의 방염 시공이 날림으로 이뤄져 대형 화재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부실공사를 뿌리 뽑지 못하면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검찰은 이번에 부실시공이 적발된 터널에 대해 도로공사에 정밀안전진단을 의뢰하고 과다 청구된 공사비는 전액 환수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근원인 부실공사는 기필코 근절해야 한다. 그러려면 처벌을 훨씬 엄하게 하고 업체에 대한 제재도 걸리면 망한다고 인식될 정도로 대폭 강화해 부실공사를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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