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삼척원전 백지화 범시민연대가 강원 삼척시 사무실에서 "정부는 삼척시민의 뜻에 따라 원전 건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라고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일간경기=연합뉴스)

정부의 원자력발전 확대 정책이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경각심이 커지면서 신규 원전 건설과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2003년 전북 부안의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추진, 지난해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을 놓고 벌어진 극심한 갈등이 원전 문제로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따라서 정부의 적극적인 갈등 조정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12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연말까지 마련할 7차 전력수급계획에 구체적인 원전 추진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이에 앞서 연초에 정부는 2035년까지 전력설비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26%에서 29%로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짓고 있는 5기와 건설 계획이 이미 잡힌 6기 이외에 추가로 발전용량 150만kW 또는 100만kW급 원전 5∼7기를 더 세워야 한다.

2012년 9월 신규 원전 예정구역으로 지정된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일대가 추가 건설 후보지다. 
 
그러나 '삼척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관리위원회'가 9일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84.97%가 유치 반대에 표를 던졌다. 주민투표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지만 여론이 가장 중요한 변수인 만큼 반대 목소리가 확산하면 정부가 추가 원전 건설 계획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7차 전력수급계획 수립이 해를 넘길 수도 있다. 
 
기존 원전의 처리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현재 가동 중인 23기의 원전 가운데 12기의 수명 만기가 앞으로 15년 안에 차례로 돌아온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2년 11월 설계수명(30년) 만료로 가동을 멈춘 월성 1호기(발전용량 67만9천kW)의 수명 연장 여부를 심사 중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월성 1호기가 활성단층이 많은 지역에 있고 케이블, 배관, 모터구동밸브 등 원전 전체에 걸쳐 안전성이 낮아진 상태"라며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 최고령 원전으로 수명이 10년 연장돼 2008년 1월 재가동한 고리 1호기(발전용량 58만7천kW) 또한 비슷한 처지다.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 의원은 "37년째 가동 중인 고리 1호기의 사고·고장 건수는 130건으로 원전 전체의 19%에 달한다"며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 경제성을 재검토해 노후 원전부터 단계적으로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전에서 나오는 고준위 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의 처리장을 마련하는 것도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700t가량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를 각 원전의 임시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지만 2016년 고리 원전을 시작으로 점차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처리장 부지 선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경주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은 2005년 11월 부지 선정까지 10년 넘게 홍역을 치렀고 최근 1단계 공사를 마무리하는 데 또 9년가량 걸렸다.
 
태양광이나 풍력, 수력 등을 이용하는 친환경 에너지 확대가 원전의 대안으로 꼽히지만 정부 정책은 뒷걸음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총 전력생산량의 10%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우는 대형 발전사의 공급의무화제도(RPS) 목표 달성시기를 애초 2022년에서 2024년으로 늦췄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 발전사들의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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