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이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렇게 개혁을 외쳐도 바뀌지 않는 공공기관의 행태에 이제 입이 아플 정도다. 감사원은 7일 55개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그 내용은 국민의 혈세를 마음대로 펑펑 쓰는 공공기관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노사가 이면합의를 통해 인건비를 방만하게 집행하거나 부실한 사업검토로 손실을 초래하고 예산을 낭비한 것이 그 주요 사례들이다. 

감사원은 이들 기관에서 이런 식으로 낭비하거나 손실이 우려되는 예산이 12조2천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일자리나 복지 등 국민에게 절실한 곳에 쓰인다면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의 돈이 이렇게 줄줄 샜다니 어이가 없다. 

구체적인 행태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노사가 이면합의를 해서 인건비나 복리후생비를 부당하게 집행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한 기관은 지난해 1월 68명을 승진시키면서 승진 발령일은 2013년 3월부터 소급하는 것으로 노사가 합의해 인건비 상승분을 추가로 지급했다. 

정부의 인건비 인상률 기준을 지켜 임금을 인상한다고 해놓고는 연구활동비 단가를 올려 성과급 명목으로 임금을 추가 지급한다고 별도로 합의한 기관도 있다. 남는 예산으로 직원들에게 백화점 상품권을 주거나 TV나 태블릿PC를 준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55개 공공기관이 이같이 노사 이면합의를 통해 임금을 과다인상하거나 사업비 예산집행 잔액을 이사회승인 등 적법절차 없이 집행하고 은폐하는 방식으로 1조2천55억원(적발사례 320여건)을 방만집행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부실하게 사업을 검토해 초래한 손실까지 더하면 이들 기관이 국민에게 전가하는 부담은 더 커진다. 감사원은 인건비를 방만집행한 기관장 4명에 대해 적정한 인사조치를 하도록 소관부처에 통보하고, 비리혐의자 16명을 검찰에 수사요청했다고 한다.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근절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숙제다. 이렇게 가다가는 국민 부담만 커질 뿐이다. 여당도 강도 높은 공기업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공공기관 개혁이 말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반복된 지적에도 방만경영 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성이 결여된 행태를 계속하고 있었다"며 "근본적 개선 없이는 정부 재정부담이 가중될 뿐 아니라 국민에게 부담이 지속적으로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공공기관이 역대 정권에서 계속된 개혁으로 이미 많은 변화를 이뤘고 경영에서도 투명해졌다고 할 수 있다.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사업의 특성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방만경영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는 것은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뜻이다.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을 철저하게 시행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노력이다. 겉으로는 개혁의 시늉을 하면서 뒤로 챙기는 이면합의 같은 것은 더는 용납하지 않기 바란다. 공공기관 방만경영에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문제 중 하나가 무분별한 낙하산 인사다. 

관가에서는 공석 및 연내 임기 만료 등으로 50여곳의 기관장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진정 공공기관을 개혁하려면 이번에 낙하산 인사부터 근절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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