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끝에 7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가 초반부터 일부 상임위에서 파행을 겪고 있다. 핵심 쟁점은 대기업 총수 등에 대한 증인채택 여부다.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장기적이고 고질적으로 문제가 되는 노사분규 기업의 오너를 증인, 참고인으로 채택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여당인 새누리당은 개별기업의 노사 문제에 국회가 개입하는 것은 원칙에서 어긋난다며 반대하고 있다. 

여당은 특히 위기의 경제상황을 고려해 증인채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여당이 대기업 감싸기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여야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환노위 국감은 이틀째 공전이다. 7일 환경부 국감은 증인채택 문제로 설전을 벌이다 정작 정책질의는 한 건도 하지 못한채 파행됐고, 8일 고용노동부 국감역시 시작도 하지 못했다. 

이 같은 파행은 예고된 것이었다. 여야가 세월호특별법에 매달려 승강이를 벌이다 여론에 떼밀려 갑자기 국감 실시에 합의하면서 사전에 증인채택 문제를 충분히 매듭짓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환노위의 파행은 준비안된 국감이 낳은 필연적 부산물인 것이다. 

내실있는 국감을 위해서는 필요하면 누구든지 증인으로 채택해 국민을 대신해 질의하고 답변을 듣는 것은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책무다. 그런 점에서 야당이 문제가 있는 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것은 억지 주장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인들을 불러다 증인석에 앉혀 놓고는 고작 한 두마디 사과나 듣고 끝내온 과거의 예로 볼때 과연 이런 증인 채택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기업인 군기잡기니, 망신주기 국감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벌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는 야당 지지층을 겨냥한 한바탕 정치쇼가 아니냐는 비판론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이 증인채택 문제에만 집착해 정작 정부에 대한 비판과 정책대안 제시라는 국감 본래의 취지는 온데간데 없어진 환노위 국감장의 모습은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여당도 무턱대고 증인채택을 반대할 것은 아니다. 더욱이 경제위기를 마치 전가의 보도인것 처럼 야당을 위협하는 구실로 삼아서도 안 된다. 사회적 파장이 크거나 정부의 예산이 대규모로 투입된 경우 등 문제 기업인에 대해서는 증인 채택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뒤늦게 시작된 국감이 또다시 파행으로 점철된다면 당장 `국감 무용론'으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여야는 밤을 새워서라도 조속히 증인채택 문제를 매듭짓고 본래 국감의 취지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전권을 위임받은 여야 간사가 합의한 것에 대해 뒤늦게 문제 제기를 해서 합의를 백지로 돌리는 행태가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 미흡한 합의라도 이를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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