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과학성과 아름다움으로 세계 언어학자들의 찬탄을 사고있는 한글이 만들어진지 568돌을 맞는다. 그러나 우리말 우리글의 소중함에 대한 무관심과 인식부족은 안타까움을 넘어 심각한 수준이다. 

한글날이 국경일에서조차 20년 넘게 제외되었다가 지난해에야 다시 지정된데서도 우리사회의 인식수준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휴대기기에 특화된 단문과 축약어들이 주요 소통수단으로 자리잡은 요즘은 우리 스스로 말과 글을 아끼고 다듬어 한글오염의 가속화를 막기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실제 우리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한글 외면이나 오남용 실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정부기관이나 기업체는 물론 방송 등 공공매체, 거리의 간판이나 상호, 일상적인 대화에 이르기까지 오염된 우리말과 글이 범람한다. 

안전행정부의 경우 한자로 범벅이 된 보고서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미 한글사용이 정착된 단어조차 불필요하게 한자를 되살리는 것은 정부 공식문서의 한글화 추세와도 역행한다. 정부기관 보도자료도 외국어 범벅이다.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가 지난 2분기 17개 정부부처와 국회, 대법원의 보도자료 약 3천건을 분석한 결과 공문서의 한글작성 법규 위반이 보도자료 1건당 3.28회에 달했다. R&D, SW, FTA 등 외국 글자를 그대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한다. 또 '웨어러블' '테스트베드' 등 외국어 발음을 그대로 적은 경우도 보도자료 1건당 7.7회나 됐다. 

방송 등 공공매체의 한글 오남용 실태는 방송이 올바른 언어문화를 선도하키는 커녕 오염의 주요통로로 자리잡았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은 각종 비속어와 욕설, 선정적 표현, 정체불명의 외국어나 조어가 난무하는 종합판이다. 자막이 일반화되면서 오염확산의 영향이 더 커졌다. 교육현장도 상황은 다르지않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교원 10명중 6명이 거의 매일 학생들의 비속어나 은어에 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학교(76.6%)와 고등학교(일반고 78.7%, 전문계고 75.7%) 학생들의 언어오염이 심하다. 교원들은 오염원으로 38%가 '인터넷상의 비속어, 은어 범람'을 꼽았고 'TV 등 공공매체의 부적절한 언어사용'(19.5%), 'SNS 등 소셜미디어의 확산'(13%) 등을 지목했다. 기업체들의 한글 외면도 범람하고 있는 뜻모를 외국어 제품명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말과 글은 인격과 사고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반대경로로 인격과 사고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단문위주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일반화가 사용자 사고체계의 단선화, 파편화 추세와 무관치않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말과 글을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정성과 노력은 따라서 언어생활의 바탕에 놓인 파편화되고 가벼워진 소통환경과 사회분위기를 우리 스스로 되돌아볼 기회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정부기관과 방송 등 공공미디어가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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