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실 기자
이형실 기자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청색바람에 힘입은 많은 정치인들이 지자체장에 당선되는 영광을 안았다. 세상 이치가 모두 고르지 않은 것처럼 그들 중 그야말로 훌륭한 인품을 지닌 정치인들도 많았지만 전과자를 민주화투쟁이라는 포장으로 미화된 자격미달자도 있었다. 분명 이들 모두는 ‘주민을 섬기겠다’ ‘주민들의 머슴이 되겠다’는 감언이설로 유권자에게 호소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선된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과연 약속대로 위민의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을까. 

우리말 중에 ‘대단하다’라는 형용사가 있는데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사람을 추켜세우거나 고꾸라트릴 수 있다. 좋은 뜻으로는 출중하거나 뛰어나다고 풀이되는 반면 상대방을 심하게 비꼬는 말로도 가능한 말이다. 

전국에서 가장 적은 면적의 G시. 사통팔달의 도로망은 물론이고 생활 인프라가 조성돼 발전가능성이 농후한 도시다. 지난 1995년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후 민선 6대까지 3명의 시장이 주민들과 커다란 마찰이나 불편함이 없이 모나지 않은 시정을 펼쳐왔었다. 청색바람의 패기에 찬 젊은 정치인이 7대 시장으로 취임하기 까지는. 

대학을 졸업한 후 불의를 못 참는 탓에 정의를 앞세우는 사회운동권 출신이라고 했다. 도의원에 두 번 당선될 정도로 지역민들에게 곱살스럽게 다가가는 살가운 정치인이라고도 했다. 그러기에 모든 시민들은 그러한 성품을 가진 젊은 시장이 당선되어 시의 발전과 시민의 화합을 이룰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정구호를 ‘시민행복 특별시’로 지었다. 역시 젊은 그이 철학이 주민들의 삶에 녹아드는 듯했다. 출발은 그랬다. 

그러나 취임한 후 이곳 시장은 주민들의 염원과는 달리 대단(?)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취임하고 처음 결재한 인허가, 그것은 평화로운 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한 종교단체의 5000기 규모의 납골당 허가 건이다.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취임한지 2년이 돼 오기까지 간혹 잡음이 있었지만 그래도 주민들은 ‘아닐거야’하며 애써 마음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최근 정말 ‘대단한 시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시장의 도덕성과 직결되는 커다란 사건이 터졌다. 음식물쓰레기 소각장 등이 포함된 무려 1600여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사업, 인근 N시와의 ‘에코광역사업’에서 동티를 맞게 됐다. 이 사업의 협업체인 N시는 에코사업에서 발을 빼고 나름대로 독자 추진하겠다는 의향을 2차례 공문을 통해 통보하면서 이 사건은 시작됐다. 이 공문을 접수한 시는 당연히 시의회에 이러한 사실을 알릴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시는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시의회에 사업 승인의결을 요구했고 결국 받아냈다. 아마, 시의회를 기만하고 농락한 이 사건은 1991년 지방자치가 실시되고 현재까지 전국 광역단체 17곳, 기초 226곳 중 G시가 유일한 곳으로 기록돼 시 위상에도 검은 그림자를 두르게 됐다. 과연 시의회를 속이고 의결을 받아낸 속내가 무얼까. 검은 커넥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은 필자만의 육감은 아닐 것이다.

이 문제뿐만 아니다. 시의 트러블은 계속된다. 시에 속아서 사업승인의결에 동참한 두 명의 시의원은 시장에게 공개사과와 함께 시민과 시의회에 용서를 구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기사송고실 앞 휴게실에서 발표했다. 그런데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시가 시민의 대표인 의원들을 건조물침입죄를 적용해 경찰에 고발했다. 성명서를 발표한 곳이 휴게실이기 때문에 시의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 침입했다는 이유다. 이 같은 시의 고발행위는 버릇이었다. 시의원들의 고발이 있기 전 에코사업 대책위원회 단체도 시의회의 의결을 성토하는 기자회견을 같은 장소에서 했다. 물론 이 단체 6명의 시민도 고발당했다. 그리고 이를 취재하던 기자 3명까지도 같은 죄를 적용해 경찰에 고발했다. 필경 주민들을 주인처럼 섬기겠다던데, 주민 편에서 업무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시 의원, 시민 그리고 알권리를 정당한 방법으로 취재하는 기자들을 고발한 시의 얼토당토한 초유의 사태를 두고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취임하고부터 이 시장이 거침없이 내뱉는 독설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젊은 패기 때문일까, 시장의 거친 입은 나이의 고하, 장소 등을 막론하고 거침이 없었다. 독소가 담긴 막말은 시민들의 가슴에 생채기를 남겼다. 자신을 현 위치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준 은인을 헌신짝 버리듯 잘라버리는 냉열함까지 보여 남성들 세계에서 신의도 없는 사람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대민관계는 어떤가. 몸을 낮춰 주민들을 보듬기보다는 ‘내가 누군데…’ 마치 제왕처럼 행동한다는 소문이 나도는 등 시 곳곳에서 파열음이 생겨나고 있다. 

지역내 사업체들은 경제 불황에 생활고를 겪고 있다. 그런 가운데에도 거침없는 시장의 잦은 해외 출장 행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취임한 지 10개월 밖에 안 된 시점의 통계를 보면 미국·중국·일본 등 2달에 한번 꼴로 5회의 잦은 해외 출장길에 나섰다. 더욱이 전 시장의 업적으로 평가되는 시군 종합평가, 이 평가에서 시는 우수기관에 선정돼 2억8000만원의 상사업비를 받았다. 그런데 상금으로 받은 상사업비 중 무려 50%에 가까운 1억2000만원을 들여 직원들과 행복을 벤치마킹한다는 명목으로 북유럽 해외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참으로 대단(?)하지 않는가. 지자체장이 좀 무능하고 어수룩하면 어떤가. 시의회를 속이고 시민을 윽박지르고 앞으로는 주민을 섬기겠다면서도 뒤로는 주민을 고발하는 그런 시장보단 낫지 않은가. 그래서 그런지 이 시의 시장은 취임한지 2년도 안됐는데도 단체와 개인으로부터 고소 고발이 잇따르고 있어 임기까지 순항에 적신호를 보인다. 

필자가 주창하는 ‘감투론’이 있다. 감투란 머리에 맞게 씌워지는 거다. 감투가 머리보다 작으면 그 꼬락서니는 안 쓰는 것보다 못하다. 너무 크면 눈과 귀가 덮여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오직 입만 살아 자기주장만 편다. 이쯤 되면 버린 사람이 된다. 이런 꼴을 두고 보자니 주민들은 열불이 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감투 쓴 사람이 스스로 알아서 제 손으로 벗는 게 제일 낫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손으로 강제로 벗길 수밖에. 

당신네 지도자는 ‘Thumb up’입니까 아니면 ‘Thumb down’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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