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적극 써라" 장관 지시…문장 절반에 한자 쓰기도

정부 공식문서에서 한자가 점차 퇴출되고 대부분 공공기관에서 순우리말을 살려 쓰려고 노력하는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최근 안전행정부의 내부 문서는 한자로 어지럽다.  
 
8일 안행부의 한 부서가 최근 작성한 보고서류를 보면 한 줄의 절반 가량이 한자로 돼 있을 정도다.  
 
한글에다 한문을 병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政府', '政策', '改革', '新聞', '社會的', '地方自治團體' 등 상당수 단어를 한자만으로 썼다. 


한글로는 뜻이 모호한 어휘나 전문용어를 사용할 때 한자를 병기하면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 '개혁', '신문', '사회적', '지방자치단체' 등은 한글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통한다. 
 
안행부 내부문서에 한자가 난무하게 된 것은 서예와 동양고전에 조예가 깊다는 정종섭 장관이 지난 7월 취임한 이래 보고서류에 한자를 적극 사용하라고 지시하고부터다.  
 
이후 안행부 내부 서류에는 한자가 점차 늘었다. 

그러나 한글로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어휘와 표현마저 한글을 쓰지 않고 한자 투성이 문서가 등장하자 내부에서도 "지나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안행부의 한 관계자는 "기관장의 지시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불필요한 곳에까지 한자를 많이 쓴 보고서를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안행부는 9일 한글날 경축식을 거행하는 주무부처다. 

또 다른 안행부 관계자는 "장관님은 한글만으로는 뜻이 불분명한 어휘는 한자를 써서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라는 뜻이었는데 일부 부서나 직원들이 장관님의 지시를 오해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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