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되면 韓日 유라시아 진출 교두보 기대…실질적 이득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작년 한국 대법원의 징용피해자 배상 판결 등 과거사 문제로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1986년부터 추진되다가 주춤했던 ‘한일 해저터널’이 민간위주로 다시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 사가현 가라쯔에 위치한 한일해저터널 조사 사갱 현장

지난 5월21일 일본 중의원 제2의원회관 1층 다목적 회의실에서 열린 한일해저터널추진 위원·유식자·한국언론인간담회에서 니시카와 요시미츠 일본 도요대학 교수는 항공 유송의 한계와 비행장의 확장 등이 어렵고 ▲고속선 비틀의 한계 ▲기후변화에 크게 좌우되는 해운 ▲정시 대량유송이 가능한 철도 ▲한일교류 확대 및 공유분야의 확대 등을 위해 증가하는 관광수요에 최적 대응을 위해 한일터널 건설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니시카와 요시미츠 교수는 한일해저터널 사업은 한일간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기 위한 사업이며, 화해와 마음연대를 키우는 사업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다케우치 유우조오 (일재)국제하이웨이재단 기술위원장은 “지금까지 15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해 해저터널 구간의 지질조사 등을 완료한 상태로 한일해저터널 구상 실현의 기술적 접근을 했다”고 밝혀 해저터널의 기술적 문제를 상당히 진척시켰음을 암시했다.

또한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가 한일해저터널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투자의향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해저터널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일터널은 한국의 부산·거제도에서 대마도를 거쳐 일본 규슈 사가현 가라쓰시(市)를 잇는 코스다. 총 길이만 209~230km(해저구간 128~145km)에 달한다.

세부 경로로는 거제도부터 대마도 하도(下島)와 가라쓰시를 잇는 A안(총연장 209km, 해저구간 145km ), 거제도에서 대마도 상도(上島)를 거쳐 가라쓰시로 가는 B안(총연장 217km, 해저구간 141km), 부산에서 가라쓰시로 직선 연결하는 C안(총연장 230km, 해저구간 128km)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개통 추진엔 일본이 먼저 나섰다. 1982년 4월 일본에서 국제하이웨이건설사업단이 발족된 후, 이듬해 5월 사사 야스오 일본 홋카이도 대학 명예교수를 중심으로 ‘일한터널연구회’가 설립됐다. 일본 측 추진단은 그해 7월 일본 규슈 사가현에 위치한 가라쓰시와 이키섬, 대마도의 육상부·해역부 조사를 개시했다.

1986년 10월 가라쓰시에서 파일럿(예비 탐색) 터널 공사, 다시 말해 ‘사갱’(斜坑·갱도를 뚫을 때, 광산·탄광에서 땅속으로 비탈지게 파놓은 초입의 갱도) 공사를 시작했다.

지상·해양·항공 지형 조사를 실시, 터널 구간을 따라 환경역학조사도 병행했다. 제1기 공사(사거리 10~210m)가 1986년 10월부터 1987년 9월까지, 제2기 공사(사거리 210~410m)가 1988년 5월부터 1991년 3월까지 진행됐다. 제3기 공사(사거리 410~610m)는 2006년 10월부터 진행돼 현재 547m까지 굴착을 마친 상태다.

한국에서도 1986년 한일터널연구회를 설립, 1988년 10월 거제도 일대 5개 지역에서 시추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동안 한일해저터널 추진 경위를 보면 1990년에는 노태우 대통령이 일본 국회 연설에서 한일터널을 제안했고, 당시 가이후 일본 총리가 찬성 의견을 밝혔다. 9년 뒤 김대중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일터널 사업을 거론했고, 이후 노무현 대통령도 고이즈미 총리와의 회담에서 한일터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2008년 한일터널연구회와 부산발전연구원 합동으로 한일터널 노선을 답사했다. 그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한일터널 건설에 대해 관심을 표했다. 최근에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 2016년 11월 14일 일본 사가현 가라쓰시 한일터널 현장에서 ‘기공 30주년’ 기념행사를 가진 바 있다.

일본 측 추진단 설명에 따르면 터널 개통으로 물류 이익만 한국은 54조원, 일본은 88조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얻는다고 주장한다. 건설업으로만 한국은 13조원, 일본은 18조원의 혜택을 보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 관광산업 발전, 물류비용 절감, 통일의 정치·경제적 여건 조성, 터널공사 기술력 확보 등을 이득으로 얻는다. 일본은 대륙 진출로 확보, 남북한·중국·유럽과의 교역 및 인적 교류 확대 등을 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00조원 대에 달하는 공사비와 선박 물동량의 감소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한일터널의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일터널이 개통되면 양국을 오가는 시간·인원은 연간 약 100만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로선 운임이나 시간 면에서 항공·선박을 이용하는 게 더 유리할 텐데, 굳이 한일 간 해저터널을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 심지어 한일터널과 길이상 5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영불터널 운임도 저렴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한일터널 운임이 영불터널의 5배에 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특히 해저터널이 일본의 한반도, 유라시아 대륙 진출만 도와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일각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명나라를 정벌한다는 핑계로 조선 조정에 길을 빌려 달라며 수문과 육로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 대목이 떠오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쿠노 에이지 국제하이웨이재단 회장은 “산업용·관광용 도로가 군대의 주요 진격로가 되는 건 불가능한 일이며, 양국은 물론 나아가 세계의 번영과 평화를 이루겠다는 큰 뜻을 가지고 있다”며 “일본이 인력·자금 면에서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서라도 터널 개통을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로 양국 관계가 경색된 상황인 현재, 한일해저터널은 정치적·과학적으로 실현 가능한 일인지와 소통·관계회복·문명교류라는 ‘대명제’ 외에 양국이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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