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인 칼럼] 정신(精神)의 새벽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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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인 칼럼] 정신(精神)의 새벽을 생각하다
  • 일간경기
  • 승인 2019.05.2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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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인 편집위원

요즘 사회적으로 너무 혼란스럽다. 정치권의 갈등, 서민들의 경제적인 압박, 북한의 비핵화 문제 등 혼돈(渾沌)도 이런 혼돈이 없는 듯하다. 며칠전 새벽에 느닷없이 일필휘지하며 생각해 둔 ‘정신의 새벽’을 옮겨 본다.

시골에서 어머니 옆에 자다가는 어머니 잠꼬대 소리에 잠을 깼다. 새벽녘 시계를 보니 네 시가 좀 안 됐다. 시원하게 물 한잔을 마시고는 화장실을 거쳐 밖에 나가본다. 새벽공기가 참으로 좋다. 도회지 아파트 속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기분들이 엄습한다. 엊저녁에 목청을 돋우던 개구리들은 곤하게 잠에 떨어진 시간, 대신에 이웃집 닭장에서 꼬끼오하는 수탉의 울음소리가 안개 속의 정적을 흔드느라 요란하다. 덩달아 인기척을 느낀 이웃집 황구도 컹컹댄다. 동녘은 여명(黎明)을 잉태하고 세상을 깨우려는, 오행(五行)의 청룡(靑龍) 목(木)기운으로 빵빵하다. 하긴 이 봄(春)도, 산야의 청색(靑色)도, 지금 시각(時刻)과 저 닭과 개의 속성도 모두 목(木) 기운(氣運)이요, 내도 좋아함이 목(木)기운이니 조금만 힘을 더하면 금세라도 빵 터져 버릴 기세다. 아마도 저 동녘 아래에서, 사신도(四神圖)에도 나와 있는 동방 청룡이 힘찬 자맥질을 하는 모양이다.

지금의 인시(寅時, 3:30~5:30)가 오행으로 치면 모든 생명이 힘차게 태어나는 木이다. 하늘이 子에서 열리고(天開於子), 땅은 丑에서 열리고(地闢於丑), 사람은 寅에서 난다(人生於寅)는 말이 훈민정음 제자해(制字解)에서 훈민정음 모음의 삼재(三才) 출현을 멋지게 표현한 말이다. 모든 세상 사람들아! 지금 깨어나 인(寅)의 기운을 느껴보시라! 지금 컹컹거리는 저 개도 木기운과 관련이 깊다. 동양학에서 木기운인 인(寅)을 포함하는 축간인(丑艮寅)의 간괘(艮卦☶)를 동물로는 개(狗)에 비유한다. 또한 木기운인 진(辰)을 포함하는 진손사(辰巽巳)의 손괘(巽卦☴)는 닭으로 비유한다. 저 개와 닭들이 진정으로 그러한 뜻을 알고서 존재감을 알리는지는 모르겠다. 동양학을 배우면서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를 하나씩 깨우칠 때는 그저 감복할 뿐이다. 복희씨(伏羲氏)와 주문왕(周文王)의 그 깨우침의 희락을 조금이나마 느껴 보려고 항상 준비 중이다. 이러한 자연의 숭고한 질서대로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 인간인데, 지금은 도(度)를 일탈하고 있지 않나 우려스럽다. 모두가 이 새벽의 저 신선함을 마시고 다시금 정신적인 새벽을 같이 맞이하였으면 한다.

이른 새벽에 새벽잠이 없으시다는 80깡의 이웃집 노인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삽자루 걸머메고는 아마도 당신 논으로 가시는 듯하다. 하긴 내도 요즘 새벽에 깰라치면 누워서 빈둥대기 보다는 다른 이차행동으로 나서는 것이 보통이 되었다. 대개는 독서를 하지만, 시골 농사습관이신 이 어르신들은 의례 논밭으로 향하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조금 있으니 트랙터 한 대가 굉음을 지르며 질주한다. 모내기 준비를 위해 논을 썰러 가는 모양이다.

엊그제 심은 수세미 잎사귀의 이슬을 살짝 만져보고 방안으로 들어와서 이 글을 쓴다. 서서히 여명(黎明)이 밝아 온다. 힘찬 하루를 준비하는 저 자연과 모든 생물의 제자리에서 그 바쁜 몸짓과 질서를 새삼 느끼게 해주신 어머님은 곤하게 주무시던 모습을 털고 일어나신다. 오늘은 어머님의 잠꼬대 덕분에, 내 속에 잠재하는 여러 가지 기운을 느껴보는 계기가 되었음에 감사드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정작 이 기분을 제공하신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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