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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 칼럼] 인사만사(人事萬事)-인재를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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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2.2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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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 편집위원

“대부분 많은 위대한 일은 사람이 해낸다. 한 사람이 일당백을 하는 경우도 있고,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사람이 중요하고 인재가 중요하다.”

옛 성왕이나 현명한 군주의 인재 등용은 안으로 친족을 배제하지도, 밖으로 원수를 배제하지도 않았다. 생각과 행동이 옳은 사람이면 관직을 주고, 틀린 사람이면 벌을 내렸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은 발탁되고 간악한 자는 사라졌기 때문에 일거에 제후들을 정복할 수 있었다. 

역사를 보면 요(堯)는 단주(丹朱)를, 순(舜)은 상균(商均)을, 계(啓)는 오관(五觀)을, 탕(湯)은 태갑(太甲)을, 무왕은 관숙(管叔)과 채숙(蔡叔)을 죽였다고 한다. 이 다섯 왕과 피살된 자들은 모두 부형(父兄) 혹은 자제(子弟) 간이었다. 그런데도 피살자들이 목숨을 잃고 집안이 파탄 난 것은 그들이 나라와 백성을 해치고 법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다섯 왕이 발탁한 이들을 살펴보면 어떤 이는 산림과 호반에 숨어 살았고, 어떤 이는 칼을 차고 감옥에 갇혀 있었으며, 어떤 이는 요리사이거나 소를 키우는 일을 하고 있었다. 현명한 군주는 그들의 비천함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그들의 재능이 법을 밝히고 나라에 편의를 주며 백성을 이롭게 할 수 있다고 보아 그들을 발탁했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고 명예를 드높였다.

조(趙)나라 경후(敬侯)는 덕을 닦기보다는 욕망을 추구하고 안락한 삶을 탐한 인물이었다. 겨울에는 사냥을 하고 여름에는 낚시를 했으며, 잔치만 열면 몇 날 며칠을 먹고 마셔댔다. 그리고 잔치자리에서는 옆 사람에게 술을 강요하고 술을 못하는 사람에게도 마시라고 닦달하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일을 보고하고 문제를 대답할 때, 공손해 보이지 않는 자는 가차 없이 목을 잘랐다.

그는 식생활, 주거, 형의 집행 등 모든 면에서 절제와 법도를 몰랐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는 몇 십 년간 군주자리에 있으면서 어떤 전쟁에서도 패하지 않았고 이웃나라에게 땅을 빼앗긴 적도 없었다. 내부적으로는 반란이 없었으며, 대외적으로도 다른 나라의 침입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었을까? 그에게는 단 한 가지, 인재 등용의 능력이 있었다. 그래서 현명한 신하들이 그를 대신하여 나라를 잘 다스린 것이다.

연자쾌(燕子噲)는 경후와는 많이 달랐다. 그는 본래 사방 수 천리의 국토와 수십만의 군대를 가진 강국의 군주였다. 그런데도 향락을 싫어했던 그는 직접 농사를 지으며 백성들을 위해 전심전력으로 일했다. 그는 고대의 성왕이나 유명한 임금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군주였다. 하지만 그는 사람을 잘못 기용하여 그만 자신의 목숨과 나라까지 빼앗기고 말았다.

각각의 경우만 놓고 볼 때, 경후는 망해야 하는데도 망하지 않았고 연자쾌는 망해서는 안 되는데 망했다. 경후의 행위는 당연히 옳지 않았다. 한 나라의 군주라면 마땅히 행실을 단정하게 해, 몸소 백성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는 연자쾌가 훨씬 나았다. 그러나 경후는 인재 등용의 요체를 파악하고 있었고, 반면에 연자쾌는 몸소 백성들의 모범이 됐을지언정 현명한 신하를 등용해 나라를 다스리지 못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교훈이다. 인재 등용에 능한 군주는 늘 사냥이나 다니고 음주와 가무만 즐겨도 나라가 평안하다. 그렇지 못한 군주는 직접 일하고 절약하며 거친 옷을 입고 형편없는 음식을 먹어도 나라가 멸망의 재난을 피하기 어렵다.

모든 일에는 위험이 뒤따르게 마련이니 인재의 기용도 예외가 아니다. 군주가 본래 충신을 쓰고자 했지만 본의 아니게 간신을 등용하여 자신과 나라를 망친 예를 숱하게 볼 수 있다. 이런 위험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 군주가 죄수로 전락하거나 목이 잘린 다음에는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인재 등용의 용기를 잃어서도 물론 안 된다.

사람들이 다 잠이 들면 누가 장님인지 알 수 없다. 똑같이, 사람들이 다 입을 다물면 누가 벙어리인지 알 수 없다. 자던 사람들을 깨워 한 명씩 사물을 보게 하고, 입을 다문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져 한 명씩 대답하게 하면 누가 장님인지, 누가 벙어리인지 즉각 명백해진다. 

인재를 뽑을 때는 직접 말을 들어보지 않고서는 그가 지혜로운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없다. 또한 그에게 직접 일을 시켜보지 않으면 업무능력을 파악할 수 없다. 말과 행동을 관찰할 때는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말만 듣고 행동을 살피지 않으면 거짓된 인물을 고르기 쉽다.

관직은 그것에 상응하는 책임을 갖고 있으므로 관직을 사용하면 인물의 지혜와 우둔함, 유능함과 무능함을 시험할 수 있고 결국 우둔하고 무능한 자를 도태시킬 수 있다. 통치자는 절대로 다른 사람의 번지르르한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현명한 통치자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 반드시 그 실제적인 작용에 주목하며, 다른 사람의 행위를 평가할 때는 얼마나 실효를 거뒀는지 살핀다. 이렇게 하면 허위적인 현상에 속을 리 없으며, 사람들을 각자 그 쓰임새에 맞게 등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일간경기  ilgang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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