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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 칼럼] 탁상공론(卓上空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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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1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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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 편집위원

“위정자의 말과 행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러므로 행동에 앞서 말을 단속하지 못하는 사람은 위정자로서의 자질을 의심받는다. 주위사람들의 ‘입놀림’에 놀아나서는 안 되는 것도 물론이다.”

말이 많은 사람은 반드시 공허하다. 탁상공론(卓上空論)을 즐겨하며 과장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 말에는 아무런 감동이 없다. 말은 아낄수록 그 가치가 빛나고 간결할수록 사람을 설득시킨다.

말을 자주 하지 않아도 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다면 말이 많은 것이다. 자주 떠들어 댄다 해도 모두가 필요한 말이라면 말이 많은 사람은 아니다. 말이 많고 적음은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다. 말 때문에 화를 입기도 하지만 말 때문에 곤경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위정자의 어록을 읽기 좋아한다. 그들의 말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자에게 자우(子羽)와 재여(宰予)라는 두 제자가 있었다. 자우는 생긴 모습이 흉했지만, 재여는 태도가 고상하고 말을 잘 했다. 공자도 처음에는 자우를 꺼리고 재여를 좋아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우가 덕을 지닌 인물임을 알아보았다. 재여는 달변가였지만 말에 내실이 없었다. 게다가 그는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늦잠을 자서 공자의 노여움을 샀다. 공자는 그를 꾸짖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썩은 나무에는 조각을 할 수 없고, 더러운 토담에는 칠을 할 수 없다.”

나중에 공자는 깊이 한탄하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용모로 사람을 선택하면 자우를 잃을 것이요, 사람됨으로 선택하면 재여를 잃을 것이다.”

지금 정치권을 보면 말 잘하는 사람은 재여를 능가하고 위정자의 어리석음도 공자를 뛰어넘는다. 만약 국민들이 이들의 감언이설을 좋아하여 중요한 직책을 맡긴다면 틀림없이 과오를 범할 것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이에 관한 통절한 교훈이 많다. “지상담병(紙上談兵-종이 위에서 병법을 논하다)”라는 고사가 바로 그것이다.

전국시대 조나라의 명장 조사(趙奢)의 아들인 조괄(趙括)은 어려서부터 병법을 읽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사리에 맞았다. 그의 아버지조차 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조사는 자기 아들을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병법은 사람의 생사와 직결되는데 조괄은 종이 위에서 병법을 논할 따름이다. 왕께서 조괄을 장군으로 기용하지 않으시면 그만이지만 혹시 그러신다면 조괄은 분명 조나라 군대를 패배의 수렁에 빠뜨릴 것이다.”

조사가 죽자 염파(廉頗)가 장군의 직위를 이어받아 장평(長平)에서 진나라 군대와 대치했다. 진군이 여러 차례 싸움을 걸었지만 조군은 그 때마다 성벽을 굳게 지킬 뿐 나서지 않았다. 이에 진군은 자신들이 두려워하는 건 염파가 아니라 조사의 아들 조괄이 장군이 되는 거라고 소문을 퍼뜨렸다. 조나라 효성왕(孝成王)은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염파 대신 조괄을 장군으로 임명했다. 그러자 인상여(藺相呂)가 간하여 말했다.

“군주는 명성만 보고 조괄을 장군에 명하셨습니다. 이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입니다. 조괄은 부친의 병서(兵書)만 읽었을 뿐이지 전투의 임기응변은 알지 못합니다.”

조괄의 어머니도 효성왕에게 자신의 아들은 장군감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효성왕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밀어붙였다. 이 소식을 들은 진나라 장군 백기(白起)는 패주하는 척하면서 군사를 매복시켜 조군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동시에 조군을 두 부분으로 나눠 사십여 일간 포위했다. 굶주림으로 병사들을 다 잃을 위기에 처한 조괄은 할 수 없이 정예병을 이끌고 전투를 감행했다. 그 결과 자신은 화살에 목숨을 잃었으며 수십만 대군이 투항한 뒤 땅 속에 산 채로 매장되었다. 이것이 바로 조나라 역사상 가장 치욕적이었던 ‘장평의 전투’다.

조괄은 언변에 능했을 뿐이다. 조나라 효성왕은 그 점만 믿고 조괄을 기용하여 이처럼 엄청난 비극을 자초했다.

말은 실제와 부합해야 하며 한 나라를 다스리려면 공허한 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관념이 고루하거나 시대와 환경과 사람이 다 바뀌었음을 모르지 않았다면 말이다.

요즘 사이비 정치꾼이나 가짜뉴스 생산체인 수구매체들이 쏟아내는 저질의 막말과 천박스런 망언들은 ‘악성정신질환증후군(惡性精神疾患症候群)’으로 보인다. 유언비어를 날조하는가 하면, 사실을 호도하면서 혹세무민(惑世誣民)에 광분하고 있으니 말이다. ‘저주, 원망, 분노, 책임 전가’에 가득 찬 무책임한 언행은 본말이 전도된 자가당착이다. 자기 얼굴에 침 뱉기 식인 이런 악성증후군은 시급히 고처야 할 광정(匡正)의 대상이요, 화급히 청산해야할 적폐의 잔재(殘滓)들이다.

 

일간경기  ilgang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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