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국민의 가슴에 피멍이 든 가운데 6ㆍ4 지방선거가 불과 27일 앞으로 다가왔다. 숨죽였던 정치권이 연휴를 지나면서 다시 민심잡기 전장에 나설 채비를 갖추는 모양새다.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정치공방과 노골적 선거운동을 자제해왔으나 이제 선거라는 현실의 압박을 더이상 외면하기 힘들다는 사정일터다.

실제 대선이후 민심 향배를 가늠할 첫 격전지인 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지금의 정치권 상황은 비정상적이다.

국민의 관심이 온통 세월호에 쏠려있어 선거 자체가 아예 눈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정치권으로서도 세월호 참사가 다른 모든 쟁점을 일거에 잠재운 지방선거 최대의 이슈이긴 하지만 아직 많은 실종자들이 차가운 바닷물 아래 남아있는 엄중한 상황, 전국민적 애도분위기를 염두에 두지않을 수 없다.

그동안 여론 동향을 숨죽여 살피며 자숙모드를 유지해온 이유다. 그러나 이제 참사 이십여일을 넘기면서 소극적으로 여론 눈치만 살피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선거에 대비한 정치지형을 조성해나갈 시점이 왔다는 판단인 것 같다.


이번 지방선거를 좌우할 프레임은 두말할 것도 없이 참사책임 소재 및 수습과정의 무능력과 혼선이라 할 것이다. 여야 공방도 정면으로 이 문제를 파고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난 연휴에 긴급 회견을 갖고 특별검사 도입, 청문회 및 국정조사특위 구성, 6월 국정감사, 범국가적 위원회 설치 등을 정부측에 요구하고 나섰다.

여권을 향한 전면공세를 공개선언한 것이다. 김 대표는 특히 "대통령의 사과는 시작일 뿐"이라면서 "국가안전처 등의 즉흥적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박근혜 대통령의 뒤늦은 사과 논란을 정조준했다.

새누리당은 즉각 야당이 세월호 참사에도 자숙이 아닌 정쟁에 나서고 있다며 반격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세월호 참사를 놓고) 정쟁을 하자는 것이냐"는 반응을 내보였고, 윤상현 원내부대표는 "일단 사태 수습을 한 다음에 청문회든 국정조사든 해야지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같다"고 맞받았다.

이런 공방은 세월호 이슈를 대하는 여야 전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바로 야당으로서는 이번 참사의 근본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는 관료조직과 민간부문간 비정상적인 유착관행, 이른바 관피아 논란 및 사고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과 혼선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함으로써 정권심판론으로 연결시키겠다는 복안이고, 여당은 그간 압축성장 과정의 후유증이 총체적으로 투영된 사회구조적 적폐를 원인으로 들어 현정부 책임론을 피해가면서 이른바 국가개조론으로 민심을 잡는다는 전략인 것이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자신들이 짜고있는 정치일정의 현실적 급박함에 눌려 아직도 국민의 속마음을 제대로 보지못하고 있는 것같다.

국민의 속마음은 아직은 정치권이 세월호 참사로 티격태격 공방을 주고받기 보다는 좀 더 진정성을 가지고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으로 읽힌다.

지역별로 세월호 참사 전후로 판세변화가 보이긴 하지만 여론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기보다는 유동성이 높아지고 있는 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전형적 인재(人災) 관재(官災)라 할 정도로 어이없는 사고원인, 도대체 정부가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한심한 수습과정이 전국에 생중계되면서 박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만 높아졌을 뿐 야당에 대한 지지세가 도드라지지않고 있다는 것도 방증이다.

결국 정치권은 조급한 계산속보다는 여야할 것 없이 이번 사고 책임을 공유하고, 깊은 상처를 입은 국민과 마음을 함께하려는 진정성을 내보이는 것이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새겨야할 것이다.

6일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 박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정당 대표들이 총출동하다시피 참석해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고개를 숙였듯이 우선은 정치권 전체가 당리당략 없이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을만큼 철저하고 완벽한 대책을 함께 만들어주는데 정치력을 집중해주길 주문한다. 선거용 공방과 급조대책의 결과란 뻔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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