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려했던 일이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세월호 참사 발생 21일째인 6일 실종자 수색을 하던 민간 잠수사 이광욱(53)씨가 숨졌다. 이씨는 안산 화력발전소와 청평댐 건설에도 참여했던 베테랑 산업 잠수사였다.

기존 잠수사들의 피로도가 심해지자 추가로 투입된 잠수사였는데 이날 오전 6시 5분께 처음 입수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이씨는 잠수 5분여 만에 호흡이 나빠지고 연락이 끊어져 수면 밖으로 구조됐지만 끝내 숨지고 말았다.

이씨의 죽음은 '이대로 가다가는 잠수사들이 죽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있던 차에 발생해 더한 슬픔과 아픔을 남겼다.

우리는 천안함 사태 당시 이미 한준호 준위를 잃은 경험이 있다.

그런데도 유사한 상황에서 또다시 이광욱씨를 잃고 말았다.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구조대원이, 수색대원이 숨지는 일은 과연 반복돼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지고 답해야 한다.


세월호 수색 작업이 장기화하면서 잠수사들의 피로는 한계 수준에 이르렀다. 탈진, 두통, 신체마비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잠수병 증세로 치료를 받은 잠수사는 16명이고, 작업 도중 머리를 다쳐 치료를 받은 잠수사도 한 사람 있다. 이들은 극한적 환경 속에서도 물속으로 몸을 던지고 있다.

희생자 가족의 처절한 몸부림과 애타는 호소, 언론과 당국의 독려 그리고 투철한 직업 정신이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다.

숨진 이씨도 부친에 이어 2대째 잠수사로 활동해 온 '열정적인 인물'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위험을 알면서도 선박 내부 수색과 시신 수습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물속에서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일반인은 잠수사들의 어려움을 체감하지 못한다. 잠수사들은 그러나 한준호 준위와 이광욱씨의 죽음이 증명하듯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천 길 낭떠러지 위에서 몇 가닥 밧줄에 매달려, 자세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강한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철판에 구멍을 뚫고 초대형 구조물 안에 진입해 시신을 수습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깊은 물속이기 때문에 작업 시간은 30분도 되지 않고 작은 실수는 잠수병 또는 치명적 사고로 이어진다. 그래서 위험도는 낭떠러지 작업보다 훨씬 더 높다.

알려진 대로 잠수병은 고압의 환경에서 질소가 인체 조직으로 녹아 들어가 생기는 병이다. 질소 기포가 뇌의 모세혈관 속으로 운반되어 혈관을 막으면 신체마비, 시력상실, 의식불명의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씨의 사망원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CT 촬영에서는 팽창된 질소가 뇌혈관을 막는 '기뇌증'이 관촬됐다고 한다.

이씨의 사망에도 구조팀은 수색과 시신 수습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7일부터 세월호 침몰 이후 물살이 가장 약한 소조기가 시작되면 작업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구조당국은 철저한 안전조치의 준수로 또다시 생명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잠수사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 한다. 잠수 전후에 정밀하게 건강을 검사하고, 충분한 영양과 휴식을 제공해서 무리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

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부상과 사망 등에는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사망원인은 철저히 밝혀 재발을 막아야 한다. 더 나아가 잠수사들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일이 없도록 배려해야 한다.

물밖에서는 온갖 비리에 대한 얘기가 난무하지만 물속 잠수사는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가장 어려운 환경 속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는 이들이 떳떳하고 안전해야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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