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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 칼럼] 월관지화(越官之禍)직분을 어기면 공이 있어도 벌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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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2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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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 편집위원

한(韓)나라 소후(昭侯)가 어느 날, 곤드레만드레 취해서 옷도 벗지 않고 곯아떨어졌다. 곁에 있던 모자(帽子) 담당 시종은 군주가 그렇게 잠든 것을 보고 혹시 춥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그의 몸에 옷을 덮어 주었다. 소후는 잠에서 깨자마자 자기 몸에 옷이 덮여 있는 걸 보고 기뻐서 좌우를 돌아보며 물었다.

“누가 내게 옷을 덮어주었느냐?”

한 사람이 선뜻 나서서 공손하게 대답했다.

“모자를 관리하는 자입니다.”

그러자 소후의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기쁜 기색이 싹 사라졌다. 그는 당장 의복 담당 시종과 모자 담당 시종을 처벌하라고 명했다. 의복 담당 시종은 자기 직분을 다하지 않았으므로 벌을 받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모자 담당 시종은 소후를 위해 좋은 일을 했는데도 벌을 받아야 했기에 정말로 억울했다. 하지만 소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똑같이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여겼다.

“누가 그에게 자기 직분을 초월하라고 했는가? 그는 모자만 잘 관리하면 그만인데 옷에 손을 대는 잘못을 저질렀다.”

소후가 추위를 꺼리지 않은 게 아니었다. 단지 추위의 해보다 권한 침해의 해가 훨씬 크다고 생각한 것이다. 신하들이 서로 권한을 침해하고 직분을 초월하면 혼란이 생기게 된다. 현명한 군주는 신하들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직분을 초월해 공을 세우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설사 직분을 초월하여 공을 세운다 해도 역시 벌을 내리며, 심한 경우 사형에 처한다. 그럼으로써 관리들이 감히 직분을 초월해 일을 하지 못하게 한다. 이렇게 하면 신하들은 각자의 직분을 지키면서 분수에 맞게 생각하고 분수에 맞게 일하게 된다. 따라서 이것은 곧 군주의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지략이다.

포상을 준다고 하고 주지 않는 속임수는 여러 번 사용할 수 없다. 두세 번만 거듭되면 아무도 속지 않는다. 통치자는 후하고 신뢰받는 포상만이 효과가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백성들은 포상이 후하면서도 성실해야만 통치자를 위해 목을 바치고 피를 뿌린다.

오기(吳起)가 위(魏)나라 무후(武侯)를 위해 서하(西河)를 지킬 때, 위나라 국경 가까이 진나라의 망루가 세워져 감시의 눈길이 끊이지 않았다. 오기는 그 눈엣가시를 뽑고자 했다. 그 지역 사람들의 농사에 방해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병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오기는 한 가지 묘안을 짜냈다. 북문(北門)에 수레 끌채 하나를 기대 놓고 명령을 내렸다.

“누구라도 이걸 남문까지 옮겨놓으면 가장 좋은 밭과 집을 상으로 주겠다.”

어떤 사람이 명령대로 행한 뒤, 과연 그 후한 상을 받았다. 오기는 다시 팥 한 섬을 동문 밖에 놔두고 그것을 서문 밖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똑같은 상을 내리겠다고 명했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앞 다퉈 팥을 옮겼다. 오기는 이제 됐다고 생각하고 또 다시 명령을 내렸다.

“내일 진나라의 망루를 공격할 것이다. 제일 먼저 그 위에 오르는 자를 대부(大夫)에 봉하고 좋은 밭, 좋은 집을 상으로 주겠노라.”

이튿날, 사람들은 벌떼처럼 몰려가 순식간에 그 망루를 점령하였다. 포상이 후하고 믿을 만하면 사람들은 기꺼이 명령대로 움직인다. 인간의 물질욕은 한정이 없기 때문이다. 후한 상으로 그 욕망을 자극하여 적극성을 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상을 준다고 했으면 반드시 상을 줘야 한다. 미루거나 맘대로 말을 바꾸면 안 된다. 그래야만 사람들의 통치자에 대한 믿음을 강화할 수 있다. 통치자가 이 방법을 따르면 공격도 쉬어지고 수비도 견고해진다.

일간경기  ilgang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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