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도시 이미지 벗고 평화통일 중심도시로 우뚝

의정부시는 지난달 15일 53년간 의정부에 주둔해온 미2사단의 평택 이전을 앞두고 환송음악회를 마련해 긴 시간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헌신해 온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환송음악회에 참석한 미2사단 관계자들은 “감동적인 콘서트를 마련해 준 의정부시와 시민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리며 평택으로 가더라도 의정부시민이 보여준 따뜻한 마음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미군부대와 의정부, 그 긴 인연의 시작

1953년 7월 휴전이 발효되자 우방국 철수군을 바라보며 불안해하는 한국인들의 걱정을 불식시키려는 듯 의정부에 영구히 주둔할 군사령부가 건설되었다. 1953년 전후로 거대한 미군기지들이 의정부에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가능동의 자갈과 돌뿐인 벌판에 주둔하는 미1군단 사령부의 영구 콘셋 막사(반원형 막사)들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군이 1954년 5월까지 재건하거나 건설한 학교, 고아원, 병원 등은 자그마치 350여 곳에 이른다.

처음 미1군단 사령부가 들어선 가능동의 사령부는 캠프 잭슨이었으며, 시민들은 이 부대를 그냥 군단이라 불렀다. 캠프 잭슨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미군클럽이 즐비한 가능동 거리를 미군들은 캠프 잭슨 스퀘어광장이라고 불렀다.

캠프 잭슨은 1957년 5월 18일 미국군의 날 한국전쟁의 영웅 ‘미첼 레드 클라우드’ 상병의 이름을 기려 캠프 레드 클라우드로 재명명해 오늘날까지 불리고 있다.

◇ ‘미2사단은 누구‘

미2사단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의 파죽지세로 국군이 곤궁한 상황에 처했을 때, UN군의 일원으로 전쟁에 참가했으며, 특히 전세 역전의 전환점이 되었던 지평리 전투에서 큰 전공을 세워 첫 번째로 평양에 입성한 군대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미2사단은 전사자 7094명, 부상자 1만6237명, 전쟁포로 1516명이라는 어마어마한 희생을 치러야만 했고, 실종된 186명은 여전히 그 유해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휴전 이후 미2사단은 군사요충지였던 의정부를 비롯한 동두천 등 경기북부에 자리 잡게 되었으며, 현재까지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유일한 전투 사단이다.

◇ 미2사단과 함께한 53년

미군기지들은 전쟁의 폐허에서 가진 것 하나 없이 피난길에서 돌아온 시민들에게 생존을 위한 서광이었다. 주민들은 초기에 미군기지 주변에 정착촌을 세우면서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도움을 얻었다.

1980년대까지 의정부에는 가능동 일대를 중심으로 미군을 상대로 한 업종이 많았다. 미군들을 위한 옷가게, 식료품점, 연회장, 음식점 등이 주를 이뤘다.

미2사단은 국가적으로는 대한민국 핵심전력의 일부를 담당하는 한편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오랜 친구였다. 함께해 온 시간이 짧지 않았던 만큼 그 간 의정부지역 주민과 나눈 추억도 다양하다.

◇ 굿 바이 미2사단! 땡큐 의정부시!

의정부시는 지난해 10월 26일 역전근린공원 동부광장에 한미우호증진 상징조형물 및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타임캡슐 매설식을 가졌다.

이날 미8군 군악대의 국가 연주를 시작으로 역전근린공원 테마 중 과거를 상징하는 한미우호증진 상징조형물을 제작함으로써 현재를 상징하는 시 승격 50주년 상징조형물과 미래를 상징하는 베를린장벽과 함께 과거–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테마를 완성했다. 창설 100주년을 맞는 미2사단을 기념해 의정부시와 미2사단, 더 나아가 한미 우호를 의미하는 상징물의 하나로 타임캡슐도 제작해 매설했다.

이렇듯 오랜 시간 의정부와 함께한 미2사단이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 계획에 따라 본부를 포함한 모든 부대가 평택 이전이 결정됐다. 캠프 카일 등 5개 기지가 이미 이전을 완료하였고, 현재 남아있는 캠프 레드클라우드 등 나머지 3개 기지 이전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 새로운 100년을 위한 의미 있는 첫 걸음

미2사단이 이전해가면서 그 간 각종 개발의 걸림돌로 작용 하였던 미군 부지는 그야말로 기회의 땅으로 변모할 것이다. 이미 광역행정타운을 비롯한 과거 미군부대가 주둔했던 도심 내 이전부지에 대한 개발이 속속 이루어져 내년에 의정부시의 면모를 일신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오동에 위치한 캠프 카일과 캠프 시어스는 광역행정타운으로 조성되어 경기북부지방경찰청, 한국석유관리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의정부준법지원센터 등이 이전 완료했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의정부소방서를 비롯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부지계약을 마치고 설계를 진행 중이다. 또한 의정부동에 위치한 캠프 홀링워터 부지는 역전근린공원으로 조성돼 독일로부터 기증받은 베를린 장벽이 설치되는 등 평화의 도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