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종합병원과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사망환자 수백여 명의 이름으로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 부천 소사)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사망자 마약류 처방 현황’에 따르면 국내 123개의 의료기관에서 이미 사망한 환자 210명의 이름으로 졸피뎀, 펜디메트라진, 로라제팜 등의 마약류 의약품 41종이 처방되었다는 것.

식약처는 지난 5월 18일부터 마약류 취급의 모든 단계를 전산시스템으로 보고해 안전한 마약류 관리망을 구축하고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을 본격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보고 건을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전산정보DB와 연결해 확인한 결과 총 743건이 환자 사망이후 조제·투약한 것으로 보고되었고 처방양은 무려 7297건으로 나타났다. 

처방된 마약류 7,297건 중 의원이 3,660곳으로 가장 많았고 종합병원급 이상이 1,456개, 병원과 요양병원이 각각 1343개과 809개로 나타났다.

특히 의원의 경우 처방건수는 92건으로 가장 적었지만 3660개의 마약류의약품이 처방되어 처방 1건당 평균 약 40개의 마약류 의약품이 처방된 꼴이다.

만약 의료인이 사망자 정보를 사용해 허위로 처방하여 조제 또는 투약보고 했다면, 현행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거짓보고로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환자 사망 이후 처방 보고된 마약류의약품의 상위 10위 처방전을 보면, 불면증 치료제 졸피뎀이 1,204개로 가장 많았고 식욕억제제 펜디메트라진이 1,059개, 우울증 치료제인 로라제팜이 856개가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졸피뎀의 경우 정신 장애, 환각, 간 손상 등 부작용과 오남용의 위험성이 매우 크고 의존성이 강해 과다복용하면 중독될 수 있어 이미 사망한 환자의 이름으로 처방된 마약류의약품에 대한 철저한 현장 조사와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처방으로 마약류의약품을 하루에 투약 가능한 용량을 벗어났기 때문에 거짓 보고 등 부당한 방법을 이용해 마약류의약품을 오남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김상희 의원은 “최근 중독자들에게 불법으로 마약류를 투약하고 이익을 챙긴 병원 관계자들이 구속되고 프로포폴을 직접 자신에게 투약한 성형외과 원장이 적발되는 사건 등이 발생했다. 만일 사망자를 이용해 마약류를 청구해 빼돌린 것이라면, 의료인의 윤리의식 수준이 땅에 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하며 “마약류의약품 불법유출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보건당국의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망자 개인정보를 사용해 허위로 처방한 건이 실제 있는지 해당 의료기관들을 조사해야 한다.”면서 “사망자를 이용한 마약류의약품이 처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식약처가 행정안전부 사망자DB를 적극 활용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제도시행 초기 단계로 취급·제조일자를 보고일자로 잘못 보고하는 등의 가능성이 있어 현장 조사를 나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마약류의 무분별한 사용을 억제하고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시행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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