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규 편집위원

추석도 일주일 앞으로 바투 다가섰다. 지난주 일요일은 올해 두 번째 필자의 생일이었다. 올해부터는 양력으로 쇠는 게 낫겠다며 인터넷에서 환산해보니 13일이나 빠르다며 좋아한다. 음력은 어찌어찌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넘어가기도 하고 추석 후 닷새만이라서 남은 음식도 처치 곤란이라서 소홀하다는 게 이유였다. 물론 남북통일이 되면 또 바꿔주겠단다. 속도 없이 ‘남북통일만 걱정’하는 필자를 놀리는 거다. 부부는 척 하면 삼천리고 안 봐도 비디오이니.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1개월째 1%대를 유지한다는데, 지난 여름 폭염으로 인해 잎채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시쳇말로 “상추를 삼겹살에 싸 먹어야겠다”는 그 말이 실감 난다. 그야말로 상추는 금추가 됐다. 뭇값, 배춧값도 마찬가지다. 무는 개당 3~4000원이고 배추도 포기당 6000~8000원이다. 폭염으로 인해 무는 생육 부진으로 기형이 됐고, 배추도 짓무르거나 잎이 녹아버렸단다. 막상 아내와 함께 시장에 나가보니 그게 사실이니. 

필자가 즐겨 먹던 시금치는 아예 한 단에 5~6000원이라는 팻말만 있고 아예 동이 나서 보이지도 않는다. 수박은 1개당 2만원 정도이고, 아내가 좋아하는 황도복숭아는 개당 3천원인데 군침만 삼키고 말았다. 지난주에 굴비 한 두름에 4만원이었는데 갑자기 5만8000원까지 올랐었다. 평년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된다. 조금씩 내리긴 했다지만 고춧가루, 쌀, 수박 등 추석 물가는 슬금슬금 껑충껑충 멋대로 춤을 추고 있으니.

이러한 데도 천하태평인 사람들은 필자 말고도 수두룩하다. 국회의원들도 선거 유세 때 빼고는 시장에 나가볼 일도 없었을 게다. 좋은 말로 말하면 국정감사 때문에 도무지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으리라. 그 외도 고위 공직자부터 시·도의원까지 비슷비슷한 사유로 시장바닥에 나갈 수가 없었다고 핑계 댈 것이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들이 앉아 있는 자리는 투철한 사명감 때문은 아니고 8할 정도는 자신의 영달만을 위함이니.

특히, 개개인이 입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들도 그렇다. 선거운동 기간에 시장바닥까지 돌며 허리를 굽히며 구애하는 것도 사실은 자신의 목구멍에 풀칠하려는 꼼수였음을, 이상하게도 낙선돼야 할 사람은 당선되고 당선돼야 할 사람은 아깝게 밀린 거다. 다시 말하자면 최선이 아닌 차선이 불행하게도 선택됐을 뿐이니.

국회의원은 그렇다 치고 고위직들은 더하다. 책임질 일이 생기면 잠시만 그 자리에서 물러나면 된다. 업무상 잘못을 저질러도 절대로 손해 볼 일이 없다. 잠시만 오리발 내밀고 있으면 금방 다른 자리로 영전되니 말이다. 권력은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라서 잘못 가도 자기들끼리는 덮어준다. 지난주에 아내가 필자를 ‘초딩서방’이라 부른다고 쓴 칼럼이 있는데, 현실감각 면에서는 ‘초딩국회의원, 초딩도의원, 초딩시의원 그리고 초딩장관, 초딩참모’라고 불러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니.

2박 3일의 일정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서해 직항항로를 통해 평양을 방문하는 중이다. 방북단 규모도 엄청나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도 임기 중에 단 한 번씩밖에 가지 못했던 북한 땅이다. 그들이 내세웠던 햇볕정책을 승계하며 문 대통령은 이번에는 수행원 외에도 국회의원은 물론 민주노총, 한국노총 그리고 4대 그룹 총수들까지 몰고 갔다. 할아버지가 소떼 1001마리를 몰고 갔던 현대차 정의선 총괄 부회장은 북한이 아닌 미국으로 갔다. 트럼프가 계획한 관세 폭탄이 발등에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니.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판문점도 있고, 서울도 에워싸고 있고, 북한과는 최대 접경지역의 수장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쏙 뺐네요. 옆 동네 서울시장과 강원도지사는 데려가면서…. 경기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분은 별로지만, 중국에서 열리는 포럼 일정과 겹쳐서 고사한 것이니, 통일의 그날을 위해 이쯤에서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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