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앞 20m 번호판 인식 못하면 바로 행정 조치

▲ 시력검사.
▲ 시력검사.

존 플레이스(72)씨는 지난해 안경원에서 안경을 쓰더라도 그의 시력이 운전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 보다 떨어진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운전을 계속하다가 횡단보도에서 세 살 어린이를 치어 숨지게 했다. 당시 안경 없이 운전 중이던 플레이스씨는 다른 운전자가 정지신호를 하고 나서야 차를 멈췄다.

영국 경찰이 플레이스씨처럼 시력에 문제가 있는 운전자들에 대한 집중단속에 나선다. 이들을 방치하면 언제든지 이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3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탬스 벨리, 햄프셔, 웨스트미들랜드주 등 3개 지역 경찰은 이달부터 도로에서 불특정 차량을 세운 뒤 20m 앞 번호판 인식 여부를 포함한 즉석 시력 테스트를 하기로 했다.

경찰은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운전자는 자동차운전면허국(DVLA)에 연락해 즉각 면허를 취소할 계획이다.

롭 허드 경사는 "위험요소를 보지 못하거나 상황에 즉각 대처하지 못하는 이들을 놔두면 비극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면허를 즉각 취소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 것은 2013년 제정된 '캐시 법'(Cassie's law) 때문이다.

'캐시 법'은 영국의 스완지에서 16살 소녀 캐시 맥코드가 시력테스트에서 떨어진 87세 운전자의 차에 치여 숨지며 만들어진 법이다.

당시만 해도 경찰의 시력테스트에 떨어진 운전자가 DVLA의 면허취소 처분을 받기까지는 최소 4일이 걸렸다.

캐시를 친 운전자는 면허취소 처분을 기다리던 중이었지만 무리하게 운전을 해 사고가 났다.

사고 후 희생자의 어머니인 제키 맥코드는 딸의 죽음을 기리며 면허취소 절차 간소화를 골자로 한 '캐시 법'을 4만5천명의 서명을 받아 청원했다.

법 통과 이후 경찰은 시력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운전자의 면허 취소를 바로 DVLA에 요청할 수 있다.

시민단체 등 일부에서는 10년인 운전면허 갱신주기에 맞춰 시력테스트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현재는 면허 취득을 위한 실기시험 때 20m 앞 번호판 인식 여부를 테스트하고 있다.

일단 면허만 취득하면 추후 시력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운전자 본인이 이를 알리지 않으면 면허를 계속 유지할 수 있어 문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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