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은 우리 외교의 최우선 테마다. 미국이 차지하는 동북아에서의 위상과 남북 대치국면하에서 주한미군 주둔의 불가피성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 교역이나 문화 사회 전반에 걸친 양국간 교류의 심화는 `60년 동맹'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한국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한미 관계의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주한미대사 교체기가 되면 그런 얘기들이 더 많이 들린다. 한반도의 엄중한 상황과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중량감 있는 인물이 주한대사로 임명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갖지만, 실제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통상 정무형 인물이 낙점되는 주일, 주중 미국대사와 달리 주로 '실무형' 인선이 관례가 되다시피 한 것이다. 최근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장녀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대사와 상원의 외교 거물인 맥스 보커스 주중 대사의 부임 이후 미국의 동북아 중시 정책이 대사 인선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는 얘기까지 있었던 터라 차기 주한미대사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마크 리퍼트 미 국방장관 비서실장을 차기 주한대사로 내정했다. 짧은 행정부 근무경력에 나이는 올해 41세로 우리 외교부의 서기관 또래에 불과하다. 40대 대통령이 나오는 미국 사회에서 나이를 이야기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주재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인선이니 하면서 또다시 `격'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미국 정가에 정통한 사람들의 말은 다르다. `실세 대사'가 오게 됐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 내에서도 리퍼트 내정자가 오바마 대통령의 상원의원 시절 외교안보담당 보좌관을 지낸 최측근임을 평가하면서 "필요하면 백악관과 직접 통화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반겼다. 

또한 과거 주한대사가 부차관보급이었던 데 반해 리퍼트는 차관보를 지낸 인물이라는 점에서 급이 한단계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고리 권력'이라는 말이 있다. 실세는 직급이 아니라 최고 권력자와의 거리에 비례한다는 얘기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백악관과의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는 리퍼트 내정을 `한국 홀대'로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최근 10∼20년내에 왔던 주한미대사중 가장 막강한 인물이 내정된 것"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평가 또한 일단 내정됐으니 상황을 좋게 해석하자는 차원만은 아닐 것이다.

 평균 2∼3주가 소요됐던 아그레망 수여를 우리 정부가 1주일로 앞당긴 것도 그에 대한 호의적 반응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차기 대사가 실세든, 명망가든, 실무형이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가 얼마나 한국을 이해하고, 관련 업무에 정통하며, 한미동맹을 강화시킬 수 있는 인물이냐 여부다. 

특히 과거사 갈등으로 인한 동북아 정세의 위중함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즈음에 그의 역할은 어느때보다 막중하다. 리퍼트 내정자는 지난달 30일 워싱턴DC 일본 사사카와 평화재단에서 열린 '미·일 동맹' 세미나에서 오는 30일 열리는 제13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서 3국 국방장관 회담 개최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역사 갈등으로 인해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이 엉클어져서는 안 된다는 오바마 정부의 생각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그가 중국 견제를 위해 3각 안보 협력에 치중하면서 한일간 역사갈등이 갖는 무게를 가볍게 볼 경우 안보협력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일본 현 정치지도자들의 그릇된 역사인식에 대한 한국 국민의 정서를 정확히 파악하고 미국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순서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직후 아베 총리가 유럽을 방문해 또다시 도발적 망언을 늘어놓은 데 대해 미국의 `일본 떠받들기 외교'가 낳은 부작용이라는 비판이 국내에서 일고 있다. 

한일간 역사갈등이 자칫 한미 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리퍼트 내정자가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