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는 누가 더 '생각 없이' 오래 버티는지를 겨루는 '제3회 한강 멍 때리기 대회'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주최로 열렸다. 구호 없는 몸풀기를 마치고 경기에 돌입한 '선수'들은 봄치고는 썰렁한 날씨와 가끔 떨어진 빗방울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량을 뽐냈다. 캠핑용 의자에 대형 파라솔까지 단단히 무장한 한 남성 참가자는 입을 '헤∼' 벌린 채 눈을 감았다. 한 여중생은 교과서를 집어 던지는 퍼포먼스를 한 뒤 무표정하게 '멍'의 세계로 향했다. 70여명의 선수들이 이 대회에 참가한 이유는 다양했다. 대회장 한쪽에선 선수들이 직접 참가 이유를 적어넣은 게시판이 설치됐다. 한 참가자는 '임용고시 생활 4년째인데 독서실에서 벗어나고 싶다. 임용고시 수험생, 공시생, 취준생을 대신해 하루만 공식적으로 멍 때리겠다'고 적었다. '경찰관의 뇌도 쉬어야 합니다', '이유를 쓰라는데… 멍…'이라는 글귀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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