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워야 할 어린이날이지만 올해는 그렇지 못하다.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꽃다운 아이들을 생각하면 어른들은 오히려 고개조차 들 수 없는 날이다. 왜 지켜주지 못했을까, 뒤늦게 땅을 치는 탄식과 반성이 곳곳에서 나온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을 잃는 일이 더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도 여기저기서 이어진다. 너무도 충격이 큰 탓에 이번 만큼은 그 의지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결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가 이런 다짐을 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깝게는 지난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신입생 환영회를 하던 대학생들이 체육관 지붕이 무너져 숨진 사고가 일어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7월 충남 태안군 해수욕장에서 사설 캠프에 참가한 고등학생 5명이 파도에 휩쓸려 숨진 사고가 났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9년 유치원생 등 23명이 숨진 경기도 화성 씨랜드 화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는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참사의 공통점은 당연히 해야 할 안전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아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정부와 사회는 재발 방지책을 내놓고 다짐에 또 다짐을 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사고는 되풀이됐고 결국 세월호 참사로까지 이어졌다. 안전불감증이 우리 사회의 불치병처럼 보일 정도다. 이런 현실은 어린이 안전사고율이 선진국보다 높은 것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3년간 접수한 14세 이하의 어린이 안전사고 비율은 전체 안전사고 18만1천627건 중 37.4%(6만7천951건)로 미국(30.2%)이나 호주(12.4%)보다 높았다. 어린이 안전사고 사망률도 2012년 기준으로 10만명당 4.3명이어서 선진국 수준인 2명대를 한참 웃돈다.'

사회가 아이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은 이런 사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정폭력 등 아동 학대도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경북 칠곡과 울산에서는 계모가 의붓딸을 장기간 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것도 모자라 지난달에는 20대 아버지가 28개월 된 아들의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한 뒤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린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를 개탄하게 하는 비극적인 사건들 앞에 말문이 막힌다.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12년간 학대로 숨진 아동은 공식 집계된 인원만 97명이다. 매년 8~9명의 아동이 학대로 살해당한 것이다. 아동 학대는 그 행위자의 80%가 부모일 정도로 가정에서 주로 일어나기 때문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사회가 각별한 관심을 두고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5일 어린이날을 맞아 각각 논평을 내고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적인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안전사회 구축에 온 힘을 쏟겠다고 한 목소리로 다짐했다. 정부는 국가개조를 한다는 자세로 국민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그러나 앞선 대형 사고 대응에서 보이듯이 그때만 난리를 치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까먹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번 만큼은 정부와 사회, 국민 모두가 달라져야 한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소중한 아이들을 속절없이 떠나보냈다. 그래서 참담한 4월을 보내고 맞이한 2014년 어린이날의 이 아픔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되겠다.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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