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20일째인 5일 오후 4시 현재까지 아직도 승객 42명은 어둡고 차가운 바닷물속에 갇혀 있다. 매일 검푸른 바닷물을 비추고 있는 TV 화면속 구조작업 현장을 보면서 우리는 더 이상 울 기력도 없어졌고, 눈물조차 말랐다. 실낱같은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지 오래다. 가히 대한민국호의 침몰이라고 불릴 만큼 세월호 참사는 온 나라를 어두운 바닷물 속에 가둬 버렸다. "절대로 안전한 선실내에서 대기하고 있으라"고 해놓고는 자신들만 구조정에 몸을 실은 선장과 선원을 보면서 젊은세대는 기성세대를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다. 사고 초기 어이없는 초동대응과 구조작업의 실패로 생때같은 어린 목숨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처연히 바라봐야만 했던 국민은 더 이상 정부를 믿지 못하고, 정부는 존립의 근거인 국민의 신뢰를 한 순간에 잃어 버렸다. 참사 와중에 터진 서울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는 우리를 더욱 맥빠지게 했다. 안전 최우선을 떠들며 온갖 시설물의 안전점검을 강화하던 와중임에도 신호등 고장을 모른채 나흘 동안이나 서울의 바닥을 누비고 다녔다는 지하철의 안전불감증은 이 나라가 제 정신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20년이 넘는 노후한 열차와 사전 사후 안전관리 소홀은 수백만 시민들의 발임을 자부하는 서울지하철의 현주소였다. 제2의 세월호 참사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시 다가올지 모른다는 끔찍함에 모두 고개를 떨구어야 했다.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또래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전국민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집단 트라우마와 우울증을 앓고 있다. 내수 부진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는 세월호 참사로 잃기만 한 것일까.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보름 남짓 밥짓기 봉사활동을 하는 김모씨는 가족들에게 밥을 떠주면서 늘 "미안해요. 더 해드릴 것이 없어서…"라며 고개를 떨구곤 한다고 했다. 그는 그저 봉사활동을 하러온 평범한 시민일 뿐이다. 차디찬 바닷바람 속에서 오늘이 며칠인지 날짜를 잊은지 오래인 잠수사들은 한 사람의 실종자라도 가족의 품에 안겨주겠다는 일념으로 오늘도 거친 바닷속을 서슴없이 뛰어들고 있다. 그 뿐인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장례비를 아끼겠다며 숨진 아들의 수의와 관을 최하등급으로 고른 유족도 있었고, 단원고 학생들의 장례 수익금 5천만원을 모두 단원고에 내놓은 장례업자도 있었다. 또 생업도 포기한 채 지난 17일부터 유족과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진도~안산 400㎞ 구간을 매일 오고 가며 무료운행 자원봉사를 벌이고 있는 수백명의 택시기사들도 있다. 5월 가정의 달 황금 연휴기간 전국 곳곳의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는 115만명이 넘는 시민이 조문을 다녀갔다. 특히 학생 185명과 교원 4명, 일반 탑승객 24명 등 모두 203명의 영정이 안치돼 있는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는 36만명의 시민이 찾아 유족들과 슬픔을 나눴다.'

이 참담함과 공분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또다시 이런 참사가 빚어지지 않도록 국가 개조에 버금가는 위기관리 시스템의 재정비도 필요하다. 관료사회의 무능과 부패를 발본색원하는 일도 구두선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절망과 좌절로부터 우리는 헤엄쳐 나와야만 한다. 상처로부터 치유되어야 하고, 고통으로부터 회복되어야 한다. 아픔과 슬픔을 딛고 새롭게 일어서야 한다. 참사 와중에도 따뜻한 사랑과 배려, 나눔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그들이 우리의 거울이다. 모든 어른이 세월호 선장과 선원인 것은 아님을 그들은 웅변으로 말하고 있다. 공직사회도 모든 공무원이 무능하고 부패하지는 않다는 점을 알게해줄 필요가 있다.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공직자의 모습이 무척이나 그리운 시절이다. 대한민국호가 곧 침몰할 배가 아님을 알아야 다시 기운을 차리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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