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 VR 직무 체험관 설치

 "순찰차 12호, 신고 접수 있습니다. 금오동 23번길 가구창고에서 몇 차례 비명이 들려 걱정된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11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1층 로비에서 열린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 경찰직무 체험관' 시연회에 기자가 직접 실습자로 참여했다.

머리에 헤드셋을 착용한 뒤 양손에 버튼식 기기를 들고 프로그램 실행을 하자 곧장 가상현실 속 성폭행 사건 현장에 투입됐다.

현장에는 함께 검거작전을 펼칠 여성 경찰관이 있었고, 창고 안에는 한 여성이 손이 묶인 채로 감금돼 있었다.

자물쇠가 채워진 문을 부수고 들어가 피해자가 묶여 있는 밧줄을 자르는 임무까지는 무리 없이 수행했다.

동료 경찰관이 중간중간 "사건 현장을 사진으로 남겨야겠어요, 주변의 단서들을 촬영해주세요"라는 등의 지령을 제시하면 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피해자가 의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무전기로 119에 지원요청을 했고, 사건 현장을 사진으로 남겼다.

버튼식 기기 조종법이 익숙하지 않아 속도가 더딘 것을 제외하면 주변에서 개 짖는 소리와 고양이 울음소리 등까지 생생하게 들려와 매우 실감이 났다.

가장 어려운 임무는 역시 현장을 다시 찾은 용의자를 검거하는 것이었다.

전기톱을 들고 위협하는 용의자 쪽으로 테이저건을 쐈지만 제대로 맞추지 못해 1차 검거에 실패했다.

이 테이저건은 1발뿐이었고, 이제 삼단봉을 이용해 직접 맞서야 했다.

이때만큼은 실제로 범죄 현장을 가까이서 목격한 듯 두려운 감정도 생기고 긴장해 땀까지 났다.

약 20분간의 체험이 끝나고 헤드셋을 벗자 약간의 피로감마저 몰려왔다.

기술적 한계와 시나리오상 아쉬운 점도 물론 있었다.

개발 초기 단계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몸 따로 VR 따로인 듯한 반응 속도는 집중을 흐트러지게 했다. 

현장의 증거물을 수집할 때 따로 장갑을 착용해야 하는데 이 순서가 생략돼 있다는 점, 단 2명의 경찰관만 배치돼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등이다.

체험 도중 촬영된 본인의 모습을 보자 우스꽝스러운 자세와 허공을 가르는 손짓에 웃음이 났지만, 강력범죄 등은 이보다 생생한 훈련이 어렵다는 점에서 다양한 직무교육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이 지난해 7월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VR/AR 창조 오디션'에서 예원예술대학교와 HO엔터테인먼트 협업으로 공모해 만들었다.

가정폭력과 성폭력 사건 발생 상황을 가정해 실습자가 직접 출동부터 검거까지 체험해 경찰의 현장 대응능력을 향상할 수 있게 제작됐다. 전국 지방청 최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앞으로 이 시스템을 신임 경찰관은 물론 각 경찰서 직원들의 직무교육에 활용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VR이라는 첨단기술을 경찰 직무교육 전반에 접목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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