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과 관련된 금융규제를 완화했던 정부가 이번에는 재건축연한 완화, 신도시 공급 중단, 청약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포괄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국토교통부가 당정협의를 거쳐 1일 발표한 '규제 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 방안'(9ㆍ1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아파트 재건축연한은 40년에서 30년으로 최대 10년이 단축되고, 안전진단 방식도 재건축 사업 추진이 쉬운 쪽으로 개편된다. 토지를 강제로 수용해 대규모로 택지를 개발하는 근거가 됐던 '택지개발촉진법'이 폐지되면서 분당이나 일산 같은 대규모 신도시는 더는 탄생할 수 없게 된다. 

청약제도는 이르면 내년 2월부터 수도권 1순위 자격요건이 1년으로 단축되는 등 큰 폭으로 수정된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 회복세가 '반짝 회복세'에 그치지 않고 구조화하도록 가속도를 붙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시장은 강도나 규모 면에서 예상을 훨씬 웃도는 강력한 부동산 부양책이 제시된 것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가수요 폭발로 인한 투기 발생, 소형 주택, 임대 주택 의무 건축 규제 완화로 인한 주택 정책의 공공성 약화 가능성은 없는지 우려된다. 

이번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재건축연한을 단축한 것이다. 정부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을 개정해 재건축 가능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서울ㆍ경기ㆍ인천ㆍ광주ㆍ대전 등에서 재건축 연한이 단축되는 효과가 생긴다. 동시에 안전진단 기준도 대폭 완화한다. 

지금까지는 '구조안정성'을 중심으로 안전진단을 했지만 앞으로는 '주거환경' 중심의 안전진단 기준을 적용해 안전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생활에 불편이 있으면 재건축을 허용하기로 했다. 시장의 요구를 수용한 획기적인 조치이지만 1980년대 후반에 아파트가 집중적으로 준공된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송파구 문정동 등 서울의 일부 지역이 큰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어 일부 지역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이 나온다. 

구조상의 결함이 없는데도 개발 차익을 노려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 국가적인 자원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신도시 건설의 근거가 됐던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하기로 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주택공급 정책의 틀이 도시 외곽의 대규모 주택단지 건설에서 도시 재생ㆍ재개발로 전환했음을 시사하는 조치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 등으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문화나 기반 시설이 양호한 도심 주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강남 지역에 유리한 조치라는 비판도 있지만 난개발 된 도심의 주거 공간을 더 쾌적하게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번 부동산 대책에 대한 주된 비판은 주택의 공공성 약화, 투기 촉발 가능성 등에 모인다. 가입 기간이 2년인 청약 1순위 요건을 1년으로 단축한 것은 수요 기반을 갑자기 증대해 단기 투기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 새 아파트 선호현상과 맞물려 청약 과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재건축 사업을 할 때 적용해 온 전용면적 85㎡ 이하 소형 주택 의무 건설 규정을 완화하고, 재개발 사업 때 임대주책 의무건설 비율을 낮춘 것 등은 서민주택 공급에 차질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조치들이다. 

정부는 시행령 규칙을 개정할 사안은 9~10월 중 입법예고를 하고, 법을 고쳐야 할 사항은 9월 중 개정안을 국회에 내는 등 후속조치를 서두를 방침이라고 한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과도한 규제 완화로 투기가 난무해 다시 규제를 해야 하거나, 지나친 시장중심 정책으로 서민이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제도화 이전에 이중삼중의 검토와 세심한 배려를 해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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