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초등학교 1학년이 돼 증손뻘 아이들 속에서 정규수업을 받는 할머니가 있다. 지난 2일 충북 보은 관기초등학교에 입학한 강명자(77)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1941년생인 강 할머니는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면서도 제도권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 학교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낯가림이 심했기 때문이다.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게 두고두고 한으로 남아 성인이 되면서는 틈틈이 배움의 기회를 엿봤다. 그러나 시부모를 모시고 다섯 남매까지 뒷바라지하는 고된 일상을 살다 보니 글공부는 번번이 뒤로 밀렸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큰 결심을 했다. 정식으로 초등학교에 들어가 공부에 대한 한을 풀기로 한 것이다. 꿈에 그리던 입학식 날 손자·손녀들이 무더기로 찾아와 그의 '아름다운 도전'을 축하해줬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