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학 창업주 이회림 회장 설립… 인천에 무상기증

인천 문학산 끝자락 서해바다가 보이는 해안도로 옆에 자리 잡은 색다른 미술관이 있다. 주변이 공원조성과 개발로 인해 다소 어수선하지만 살펴서 입구를 찾아 들어가게 되면 드넓은 정원과 웅장한 유럽풍의 건물을 마주하게 된다. 송암미술관이다. 송암은 인천에 동양화학공장을 세워 운영한 개성출신 기업인 이회림(1917~2007)의 호이다. 송암미술관 입구 앞에 서면 다소 오래됐다는 느낌은 들지만 마치 유럽 귀족의 대저택에 들어서는 느낌이 된다.

송암미술관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서화, 조각, 공예, 도자기 등 전 시대와 장르를 망라하여 총 9000여 점이 넘는 유물이 소장되어 있다. 상설 전시관에는 주요 유물 300여점이 정기적으로 교체 전시된다. 미술관 1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거대한 옹관을 시작으로 선사시대 토기에서 부터, 고려시대 청자, 조선시대 분청사기와 백자에 이르기 까지 일목요연하게 전시되어 있어 우리 나라 도자기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다양한 불상들과 공예품들도 전시되어 있어 우리나라의 불교 미술과 조상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2층에는 서예와 회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겸재 정선의 ‘노송영지도’를 비롯해 각종 산수화와 인물화, 화조화, 영모화, 사군자화, 민화 등 다양한 장르의 회화 유물들을 보게된다. 기획전시실에서는 사군자, 민화 등 매년 다양한 주제로 특별전이 열린다.

송암미술관의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자랑은 바로 수려한 경관이다. 드넓은 정원에는 소나무들이 그늘을 만들고, 곳곳에 문인석과 장승, 불두, 석탑 등 갖가지 석조물이 자리잡고 있다. 잔디밭에 세워진 6미터가 넘는 거대한 광개토대왕비는 중국 집안현 퉁구 현지의 광개토대왕비를 원형 그대로 제작하여 전시되고 있다.

송암미술관은 원래 서울 종로구에 세워졌으나 1992년 인천시 남구 학익동으로 신축 이전했다. 2005년에 인천시에 무상 기증됐으며 현재는 인천시립박물관 분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동안 ‘조선 후기 예술에 닮긴 삶’ ‘묵향에 꽃피운 매난국죽’‘근대전통회화의 사제동행’ ‘어느 개성 상인의 마지막 선물’ 등 다양한 전시회를 개최해왔다.

지난해 7월에 송암탄생 100주년을 맞아 송암을 기리는 ‘어느 개성 상인의 마지막 선물’이라는 특별전시회가 열렸다. 전시회에는 고인이 수집한 고미술품과 어린 시절 개성에서 포목점 점원으로 물건을 운반하던 자전거 등 유품도 전시하고 있다. 당시 송암의 큰 아들은 특별전을 위해 광개토대왕비를 디지털 정보로 소개하는 기능을 제작해 송암 미술관에 기증했다. 송암은 중국에 있는 광개토대왕비를 실물크기로 제작해 송암 미술관에 기증한 바 있다.

필자가 오늘 송암을 생각하게 된 것은 지난 7월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해 그의 생애와 큰 뜻, 나라와 민족과 지역에 대한 깊은 사랑에 큰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인천의 문화교육사업과 상공회의소 등 지역경제 활동에도 남다른 노력이 있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송암이 살아있는 우리 모두에게 많은 교훈을 제시해 주는 자리였다.

송암은 1968년도에 동양화학공장을 인천에 세워 우리나라와 인천의 대표적 화학기업으로 키웠다. 그러면서 민족 문화재에 남다른 뜻을 갖고 평생 수집한 8000여 점의 고미술품과 문화재를 미술관과 함께 2005년도에 인천시에 무상으로 기증했다. 그는 인천 시민이 소중한 문화유산을 공유하면서 자부심과 애향심을 갖도록 염원했다.

송암을 아는 지역 인사들은 송암의 인천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고 말한다. 한 인사는 “고향 개성을 누구보다 사랑하면서도 사업 터전인 인천 또한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도 남달랐다”라며 “태어난 곳도 중요하지만, 살아온 인천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행동으로 보여주신 분이다”라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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