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언니 리더십' 고양시청 김아랑·3관왕 꿈꾸는 성남시청 최민정

김아랑과 최민정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김아랑(고양시청·23)은 20일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누구보다 많이 울었다.

여자 1500m 결승에서 4위를 차지하며 아깝게 메달을 놓쳤을 때도 만면에 미소만 가득 띄웠던 '스마일' 김아랑은 마지막 주자인 최민정(성남시청)이 1위로 골인한 순간, 그리고 심판 판정으로 최종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김아랑은 "그동안 훈련한 것, 고생한 것, 힘들었던 것이 생각났다"며 "애들이 잘 따라와 준 게 기특하고 고마워서, 그리고 제게도 수고했다는 의미의 눈물이 자꾸 났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치올림픽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올림픽인 김아랑은 지난해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최민정에 이어 2위를 차지해 세계선수권대회 성적으로 출전권을 확보한 심석희(한국체대)와 더불어 개인종목 출전자로 선정됐다.

그렇지만 '쌍두마차'인 최민정, 심석희에 가려져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도 스포트라이트에서 비켜나 있었다.

김아랑은 그러나 묵묵히 훈련했고, 맏언니 역할을 충실히 했다.

단순히 가장 나이 많은 언니로 무게를 잡은 것이 아니고 올림픽 무대를 경험한 '선배'로서 첫 올림픽을 앞둔 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고된 훈련 속에서도 동생들이 웃을 수 있게 했다.

여자 대표팀이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불거진 코치의 구타 사건으로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르고 계주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데에도 김아랑의 역할이 컸다.

이날 김아랑은 기자회견에서 맏언니로서 팀워크를 끈끈하게 유지한 비결을 묻는 말에는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하다 보면 저절로 끈끈해지게 돼 있다"며 겸손하게 웃었지만 끈끈한 분위기가 절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김아랑은 올림픽을 앞두고 "맏언니라는 자리가 힘든 점이 있지만, 동생들이 계속 집중해서 훈련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위적이지 않은 김아랑의 소통 리더십 덕분에 언니부터 동생까지 격의 없이 지냈다.

김선태 총감독은 팀 분위기를 묻는 말에 "동생들이 오히려 언니를 쫀다"고 농담 삼아 말하기도 했다.

최민정도 앞서 "맏언니인 아랑 언니가 잘 끌어주고, 어린 선수들은 잘 따르고 있다"며 팀 분위기가 좋다고 전했다.

이날 김아랑은 단순히 팀워크를 다지는 것 이상의 역할도 했다.

계주 결승에서 당초 최민정이 다른 선수들을 추격하는 역할을 맡았으나 계획대로 풀리지 않았고, 대신 김아랑이 나서 플랜B를 수행했다.

김아랑은 6바퀴를 남기고 아웃코스에서 급격하게 속도를 끌어올리면서 상대 팀을 당황스럽게 했고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박세우 코치는 경기 후 "아랑이가 역할을 잘 해줘서 순위를 앞으로 올릴 수 있었다"고 김아랑에 공을 돌렸다.

소치올림픽 이후 크고 작은 부상으로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맞았던 김아랑이 중요한 경기에서 '한방'을 보여준 것이다.

김아랑은 이번 올림픽에서 헬멧 뒤에 붙인 세월호 노란 스티커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는데 이날 관련 질문이 나오자 "대답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3관왕 꿈꾸는 성남시청 최민정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2관왕이 된 쇼트트랙 최민정(성남시청)은 "저 혼자 딴 것이 아니라서 두 번째 금메달은 기쁨이 5배"라며 환히 웃었다.

최민정은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우승한 뒤 믹스트존에서 "팀원들에게 너무 고맙고 응원해준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앞서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딴 뒤 눈물을 쏟아냈던 최민정은 이날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뒤에는 펑펑 우는 동료들 사이에서 박수를 치며 '축제 분위기'를 이끌었다.

두 번의 금메달에 대한 반응이 다른 이유를 묻자 최민정은 "마냥 너무 기뻤다"면서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을 일이었고, 팀원들을 믿고 자신 있게 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금메달로 최민정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진선유에 이어 12년 만에 3관왕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부풀렸다.

최민정은 "저희가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기대하는 것이니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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