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을 계기로 국방부가 병영문화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군(軍) 당국이 윤 일병 유족과 폭행사건 목격자와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 일병이 의무대로 배치되기 전부터 천식 증세로 의무대에 입실해 있던 김모 일병은 윤 일병이 선임병들에게 폭행당하는 과정을 목격했다. 27일 군(軍)인권센터에 따르면 김 일병과 그의 아버지는 지난 4월11일 윤 일병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는지 28사단 병영생활상담관에게 문의했고, 이후에도 수차례 윤 일병의 유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유족에게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유족이 김 일병을 만나게 해달라고 하자 "김 일병이 원치 않는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육군은 "군이 윤 일병의 유가족과 김 일병의 만남을 방해했다는 군인권센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군 검찰은 유가족은 물론 군 인권센터 측과도 접촉을 시도했으나 양쪽 모두 응답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군 검찰은 또 "(김 일병의) 아버지가 거부한다"는 이유로 김 일병을 이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가해자들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할 지 여부를 판단하는데는 목격자의 증언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군 당국과 군인권센터와의 공방에서 받은 인상은 군 수사기관이 목격자인 김 일병의 증언을 듣거나 그를 공판에 출석시키는데 대해 그리 적극적인 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군 검찰은 김 일병의 아버지에게 한차례 전화를 했는데 아버지가 그의 출석을 거부했다고 하지만, 김 일병이 미성년자도 아닌데 왜 당사자에게 직접 출석 의사를 묻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방부가 밝힌 윤 일병의 사인도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군 당국은 당초 윤 일병의 사망 원인을 '기도폐쇄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일병의 증언을 들은 군 인권센터는 윤 일병이 사망 전날인 지난 4월6일 수액을 맞으며 자고 있다가 가해자들에 의해 깨어난 뒤 강제로 만두를 먹고 폭행당했다고 전했다. 윤 일병은 입 속에 만두가 가득 들어있는 상태에서 가해자들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눈동자가 돌아가 흰자위까지 보였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가해자들은 폭행을 멈추지 않았고 윤일병은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윤일병측 정연순 변호사는 윤 일병이 "사실상 병원에 가기 전에 사망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 사건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군 수사기관과 민간단체의 공방은 군 사법체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군에서 큰 사건이 터지면 해당 지휘관이 문책당하는 구조에서, 지휘관들은 관할 부대의 사건을 될 수 있으면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윤 일병 사건도 군인권센터의 폭로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묻혀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런 사건들에 대해 군사법정이 열려도 법 전문가가 아닌 일반 장교들이 재판을 담당하며, 지휘관들은 최종 선고 형량을 감형해주는 권한을 행사하는 등 재판에 과도하게 개입한다. 이런 불합리한 사법체계가 병영내 폭행을 부추기는 면도 적지 않다고 본다. 군 사법체계 개혁과 관련, 일각에서는 지휘관의 권한을 축소하고 1심부터 법률 전문가로만 재판부를 구성해 사건 심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전시가 아닌 평시에는 민간법원에 사건을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국방부는 군 사법체계 개혁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군이 이번에 사법체계를 제대로 정비하지 못한다면 군 사법체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군의 과감한 개혁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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