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살아난 경기가 미약하지만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7월 실물경제는 꺾일듯하면서도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2% 증가하며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지난달 세월호 사고 이후 처음으로 반등한 뒤 아슬아슬하게 추세를 유지했다. 소비가 소폭 늘었고, 자동차 등 광공업 생산은 증가했지만 통신기기 판매 등 서비스업 생산은 부진했다.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얼어붙었던 부동산 경기에 온기가 돌고 있음을 확인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은 28일 현재 5천664건으로 8월 거래량으로는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8월 아파트 거래량은 2009년 8월 8천343건을 기록한 뒤 급감해 2천~3천건 대를 유지하다 올해 들어 급등했다. 전통적인 여름 비수기인 7~8월에 아파트 거래량이 증가한 것은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부동산 규제조치 완화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거래량 증가가 인위적인 부양책의 결과이기 때문에 얼마나 지속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유보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바닥을 헤매던 실물경제 지표의 호전은 장기침체 진입 가능성을 줄인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체감경기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특히 한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업의 체감경기는 세월호 참사 이후 넉달째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걱정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2로 전월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 작년 7월(72) 이후 13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BSI가 기준치인 100을 훨씬 밑도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그만큼 제조업체들의 경기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기업 유형별로는 수출기업이 내수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지수 하락폭이 컸다. 저물가가 지속하는 상황도 바람직하지 않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012년 10월 이후 올 7월까지 21개월째 1%대를 유지하고 있다. 저물가에 저성장이 겹치면 일본식 장기침체가 온다. 근 20년을 일본을 괴롭힌 장기침체를 피하려면 일단 경기를 살려놓고, 그 바탕 위에서 필사적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아내야 한다. 

최신 지표들은 한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 상승 국면으로 진입하려고 꿈틀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변곡점에 서 있지만 에너지가 약해 강력한 추진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경제 활성화에 필수적인 입법활동은 차질을 빚고 있다. 법률안들이 국회로 넘어가면 그대로 잠들고 만다. 이와 관련해서 청와대는 19개 경제관련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요구했다. 최경환 경제 부총리는 여기에 11개를 추가해 30개 법안의 처리를 요구한 바 있고, 정홍원 국무총리도 민생법안의 입법처리를 요구하는 대국민 담화를 냈다. 야당은 정부가 입법화를 요구하는 법안들 속에 '가짜 민생법안'도 포함돼 있다며 조만간 30여개 '진짜 민생법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짜 민생법안'은 협의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입법활동 재개에는 소극적이다. 정부와 여당의 민생법 공세에는 정치적인 의도도 있겠지만 진정성도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경제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어렵게 살아난 경기 회복의 불씨가 꿈틀거리는 지금, 전기 자극을 가하듯 에너지를 실어서 경기의 추세 상승을 유도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여야는 국회로 넘어간 법안들을 심의해 회복세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국회에 상정된 경제 관련 법안들을 있는 그대로 통과시키라는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토론하고 협상해서 뺄 것은 빼고, 고칠 것은 고쳐서 신속하게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가 당리당략을 떠나 나라 경제를 먼저 생각하는 대국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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