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싱크홀 불안감'을 일으킨 석촌지하차도 동공(洞空. 빈 공간)의 원인을 28일 발표했다. 지하철 9호선 공사를 맡은 삼성물산의 부실시공 때문에 동공이 발생했다는 내용이다. 

암반층과 충적층이 혼합된 연약지반을 실드(shield) 기계로 뚫는 최고난도의 공사를 진행하면서 위험성을 알고도 적절하게 조치하지 않아 동공이 생겼다는 것이다. 

지반 침하를 대비한 현장조치 매뉴얼까지 만들었지만, 실제 공사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계획보다 더 많은 토사가 파내져 토사량 관리에 실패했고 지반붕괴를 막고자 터널 주변 지반을 단단하게 하는 시공도 했지만 완벽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삼성물산은 석촌지하차도 주변을 책임지고 복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렇게 허술하게 공사와 감독이 이뤄진 것을 볼 때 같은 공법을 적용한 다른 지하철 공사현장 주변 지반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지 걱정된다.

석촌지하차도에서 동공이 여러개 발견되면서 생긴 싱크홀 불안감은 최근 서울의 다른 곳과 지방에서 나타난 도로함몰 현상과 함께 더 커졌다. 

지난 22일에는 서울 서초구의 교대역 부근에서도 도로가 함몰돼 승합차가 빠지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서울시내의 도로함몰은 2010년 435건에서 2011년 573건, 2012년 689건, 2013년 854건, 올 상반기 568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같은 도로 함몰의 원인은 지하철공사 탓인 석촌호수지하차도 동공과는 달리 대부분 하수관 등 지하매설물의 노후나 손상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에따라 노후 하수관로의 관리를 강화하고 대형 공사장에 도로함몰 전담 감리원을 배치하는 등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하수관로 보수 예산이 매년 1천억원 가량 부족할 것으로 보여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도로함몰이 서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도로함몰의 위험이 상존하는데도 예산 문제 때문에 관련 대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석촌지하차도 동공이 남긴 숙제 중 하나는 불안감이다. 싱크홀과 관련한 괴담 수준의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시 조사결과 석촌지하차도 동공이 제2롯데월드나 석촌호수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싱크홀이란 용어가 불안감을 키우는 면이 있다며 이를 '도로함몰'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고도 있다. 

싱크홀은 석회암 지반이 물과 만나 녹아내리면서 표면부터 지하까지 구멍이 발생하는 자연현상으로, 하수관 노후화나 공사 등으로 인한 도로함몰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이런 용어 설명은 근거 없는 불안감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괜한 소문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동공이나 도로함몰이 발생한 주변지역 지반을 철저하게 조사해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시민 스스로 불안할 필요가 없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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