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법 대치 정국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24일 여야와 유가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 구성을 공식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은 이를 "대의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여야 합의를 깬 야당이 합의를 못 지킨데 대해 사과와 해명을 먼저 해야지 이제와서 합의의 틀을 바꾸자고 제안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여야 대치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정기국회 마저 파행될 것이라는 우려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각종 민생법안 처리가 요원해지는 것은 물론, 국정감사와 예산심사의 부실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세월호 유족들은 지난 22일 40일간의 단식 끝에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병원에 입원하자 그날 오후부터 청와대 바로 코앞인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대통령의 대답을 기다리는 농성을 시작해 오늘까지 사흘째 이어가고 있다. 

여론도 유족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측과 이를 반대하는 측이 맞서면서 국론분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청와대와 여당은 유족의 손을 잡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민심의 외면을 받아 지난 재보선에서 완패한 야당은 비상대책위라는 것을 꾸려 놓고도 전권을 위임받은 비대위원장이 합의한 내용을 두차례나 당론으로 채택하는데 실패한 정당이다. 

이런 야당을 무책임하고 무기력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현 교착정국 초래에 야당만 책임이 있고 청와대와 여당은 책임이 없느냐를 따져보면 문제는 달라진다. 

애초 특별법 제정을 약속한 것은 야당 대표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김무성 대표도 그런 취지의 얘기를 한 바 있다. 

하지만 현 특별법 대치정국은 청와대와 여당 대 유가과 야당이 맞서 있는 구도로 비쳐지고 있다.

마치 유족의 대척점에 현 집권여당과 청와대가 서 있는 형국인 것이다. 

이런 구도를 만들어 놓은 것은 야당이 세월호 특별법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한 측면도 있지만, 유족들을 `노숙자'라 부르고,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하며 스스로 유족과 거리를 넓혀온 여권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은 유족의 수사권, 기소권 요구를 헌법체계를 뒤흔드는 발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는 "세월호법은 여야가 처리할 문제이고, 청와대는 국회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불관여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유족의 요구에 무리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들어주고 설득하는 것은 야당 보다는 여당이 더 적격이다. 

종교지도자인 교황이 유족을 만나 위로하는 것과 정치지도자인 대통령이 유족을 면담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여권의 항변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유족을 만나서 대통령이 줄 수 있는 메시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또 면담결과가 유족의 뜻에 미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청와대로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당장 눈앞의 이해득실만 따지는 계산일 뿐 장기적으로 국정 전반을 살펴보는 시각은 아닌 듯하다. 

세월호 표류가 장기화 될수록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권 책임론은 더욱 거세질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권은 세월호법과 민생법안을 분리하자고 주장하지만, 세월호법을 풀지 않고서는 현 교착정국을 타개할 수 없음은 누구보다도 여권 지도부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지난 주말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나온 여당의 적극적 역할론은 눈여겨 볼만하다. 

황영철 의원은 "우리는 유족에게 따뜻함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반성했고, 정병국 의원은 "박 대통령도 유족을 만나야 한다. 김영오씨의 병실을 찾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초부터 야당이 아닌 여당이 유족을 직접 만나 설득하고 신뢰를 줬다면 지금 이런 상황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게 정 의원 발언의 요지다. 

세월호법을 원칙론에 입각해서만 풀려고 하면 답이 보이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자체가 우리 사회에 지극히 예외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야당에게 합의번복을 사과부터 하라고 사실상 항복 문서라도 받아내려는양 압박하기 전에 국정을 책임지는 여권이 스스로 현 정국을 풀기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도리다. 

이것은 3자협의체 구성을 받아들이냐 마느냐와는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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