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남부능선과 주능선이 만나는 지점에 음양수 샘터가 있다. 세석산장이 확장건립된 이후로 수량이 줄고 마르는 날이 많아졌지만 음양수 샘은 그 신비함에 옛부터 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물로 인식되어져 왔던 샘이다.

자식이 없는 사람들이 음양의 조화로 흘러내리는 이 물을 마시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소문 때문에 지리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음양샘 주위에 몰려들어 기도를 드리곤 했다고 한다.

옛날 대성골에 호야와 연진이라는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자유롭고 평화스럽게 한 가정을 꾸미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아무 부러울 것이 없는 이들에게 오직 자식이 없다는 한 가지 걱정이 있었는데 어느날 곰이 찾아와 연진여인에게 세석고원에 음양수샘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이 물을 마시며 산신령께 기도하면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일러 주었다.

연진여인은 기뻐 어쩔 줄 몰라 홀로 이 샘터에 와서 물을 실컷 마셨는데 호랑이의 밀고로 노한 산신령이 음양수 샘의 신비를 인간에게 알려준 곰을 토굴 속에 가두고 연진여인에게는 세석 돌밭에서 평생 철쭉을 가꿔야 하는 가혹한 형벌을 내리게 되었다. 

그후 연진여인은 촛대봉 정상에서 촛불을 켜놓고 천왕봉 산신령을 향하여 속죄를 빌다가 돌로 굳어져 버렸고, 아내를 찾아헤매던 호야는 칠선봉에서 세석으로 달려가다 산신령의 저지로 만날 수 없게 되자 가파른 절벽 위의 바위에서 목메어 연진여인을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 세석고원의 철쭉은 연진의 애처로운 모습처럼 애련한 꽃을 피운다고 하며 촛대봉의 바위는 바로 연진이 굳어진 모습이라고 한다.

한편 세석고원에서 서쪽으로 주능선을 따르다 보면 벽소령 못미쳐 선비샘이 나타난다. 야영의 흔적이 곳곳에 있고, 쓰레기로 가득 찬 이곳 샘터가 현재는 서서 물을 받을 수 있게 되어있지만 예전에는 반드시 고개를 숙여야만 물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옛날 상덕평 마을에 평생 가난하고 천대받으며 살아온 한 노인이 있었다. 이 노인의 유언이 죽어서라도 사람대접 한번 받아보는 것이었는데 결국 아들들이 이 샘터 위에 무덤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샘에서 물을 뜰 때면 반드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므로 결과적으로 이 노인의 무덤에 절하는 격이 되게시리 하였다고 한다. 

생전에 갖은 고생과 천대 속에서 화전민으로 살아온 한 노인의 애틋한 소망이 실제로 십여년전까지만 해도 실현되고 있었는데 그러나 지금은 무덤도 안 보이고 샘도 파이프로 연결하여 서서 받도록 조처하였기 때문에 이 씁쓸한 전설은 잊혀진 얘기로 되어가고 있을 뿐이다.

한편 실제 8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소나무로 할아버지 소나무와 20여 미터 사이를 두고 할머니 소나무가 있다. 이를 천년송이라 불렀고, 옛날부터 와운 마을에서는 정월 초사흘(음 1월 3일)에 당산제를 지내고 있다.

아들을 낳지 못하는 사람은 (음 12월 중순경부터) 공을 들이기 시작하여 당산 넘어 계곡(일명 산지소)을 깨끗이 치워놓고, 사흘마다 다니면서 목욕하고(음 1월 1일부터는 3일간 날마다) 옷 세 벌을 마련하여 목욕하면서 갈아입고, 목욕하고 와서 갈아입고, 화장실 갈 때 따로 입었다.

음력 1월 3일 아침 재를 지내며, 밥 해 놓은 것을 한지 종이에 싸서 소나무 밑에 묻고, 왼 새끼줄을 꼬아 소나무에 세 바퀴 놓고, 동동주를 세 군데에 나누어 뿌린다. 이렇게 하여 정성을 드린 사람은 지금까지 아들을 낳지 못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현재 거문도에 살고 있는 김항신(69세)은 그의 부모가 아들이 없어 이 소나무에 정성을 드려 당산제를 준비하던 중 눈이 많이 와서 소나무까지 가기 어려울 정도였는데, 새벽에 일어나면 누군가 소나무까지 가는 길을 쓸어 놓아 이상하게 여기던 중 호랑이가 꼬리로 눈을 쓸어 놓고 가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그 후, 아들을 낳았으니 김항신은 현재 큰 부자로 거문도에 살고 있으며, 지금도 일년에 한차례씩 천년송을 찾아와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또 문수리 밤재 입구에 있는 '두지바우'(뒤주바위)는 현재 여러 조각으로 갈라져 있는데, 이 바위가 갈라진 것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옛날 두지바우 근처에 늙은 부부가 아들 하나와 함께 살았다. 그런 어느 날 아들이 갑자기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갑자기 불행을 당한 부부는 아들이 죽은 뒤 이레가 되도록 시체를 땅에 묻지 않았다. 이렛날 부부는 깜박 잠이 들어 이상한 꿈을 꾸게 되었다.

꿈속에서 낯선 이가 찾아와 배가 고프니 밥을 한술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들 부부는 나그네에게 밥을 차려 주었고, 밥을 먹고 난 나그네는 부부에게 슬퍼하는 연유를 물었다. 외아들이 죽었다고 하자 나그네는 죽은 아들의 시체를 보자며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의 무덤을 큰 바위 위에 만드시오. 그러면 저 세상에서 이 아이는 큰 복을 받게 될 것이오." 
그리고는 나그네가 사라져버렸다. 꿈에서 깬 노부부는 나그네의 말을 들어 이튿날 두지바우 위에 죽은 아들의 묘를 만들기 시작했다. 바위 위에 아들의 시체를 올려놓고 흙과 잔디를 날라다 무덤을 만들었다. 묘를 다 만들고 부부가 돌아가려는 순간,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바위가 반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갈라진 틈으로 아들의 무덤이 내려앉으며 푸르스름한 안개가 퍼져 나왔다. 잠시 후 그 안개에 휩싸여 하얀 말 한 마리가 뛰쳐나오는 것이 아닌가.

말은 부부에게로 가까이 다가왔고, 부부는 그 말을 아들로 여겨 데려다가 극진히 길렀다. 두지바우 한 귀퉁이에는 당시 말이 뛰쳐나오며 남긴 발굽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으며, 이후 바위가 다시 여러 갈래로 갈라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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