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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승의 세상사는 이야기] 즐거운 실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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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1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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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승 김포 새마을 경로대학 학장

“내 것이 아닌 돈은 가질 수는 없다”

며칠 전 부천시 원미 경찰서에는 헙수룩한 90대 아저씨가 찾아와서 봉투를 하나 내 놓으며 “주인을 찾아줘라”고 부탁하고는 뒤도 안 보고 가버렸다고 한다. 경찰이 봉투를 열어보니 1억1500만원짜리 수표가 들어있었다고 한다. 경찰이 급히 알아보니 38세 박 모(여)씨가 집을 사고 잔금을 치르려 은행에서 돈을 찾아가지고 집에 가던 중 분실한 것이었다. 경찰이 급히 우 씨를 수소문해 서로 만나게 했다. 박 씨가 보상금을 드리겠다고 하니까 우 씨가 막무가내로 사양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서로 옥신각신 하며 밀고 당기면서 “즐거운 실랑이”를 했다고 한다. 결국 수박 한 통을 사서 다 같이 웃으면서 나눠 먹고 헤어졌다.

우 씨는 아내는 가출했고, 지적장애 2급인 고교 2학년의 딸과 초등학교 3학년의 아들과 함께 월 30만 원짜리 단칸방에서 어렵게 살고 있었다.

우 씨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자립을 위해 자활사업 등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생활급여를 받는 ‘조건부 수급자’였다.

우 씨는 정부가 제공한 일자리인 부천 나눔지역자활센터 물류사업단 관할 ‘나눔 행복택배’에서 일한다. 우 씨는 부천 시내 중동지역 아파트 단지의 일정구역을 맡아 하루 수십 건의 택배물량을 처리한다.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하며 85만 가량의 월급을 받는다고 한다. 생계급여 40여 만원을 합쳐도 한 달 수입은 130만원 안팎이란다.

그럼에도 우 씨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표나 휴대전화, 지갑 등을 주워 경찰에 전달해 주인을 찾아준 선행이 이전에도 수 차례 있었다. 경찰은 우 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우씨는 “사는 게 힘들긴 해도 월급을 받을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는 급여도 있어 오히려 감사하다”고 했다. 우 씨는 또 “내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정직하게 살다보면 어느 날 행복은 꼭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별안간 높은 자리에 오른 많은 사람들 중에 참으로 딱한 사람도 많다. 치사한 권력과 더러운 돈 때문에 자신도 망하고 가문에 먹칠하는 사람들이 우 씨와 같은 착하고 아름다운 행동을 배웠으면 좋겠다. 우 씨와 함께 즐거운 실랑이를 해 보면 참으로 좋겠다.

 

일간경기  ilgang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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