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설·판매부진·노사 갈등 '뒤숭숭'

극심한 판매부진과 모기업 지엠(GM) 철수설, 노사 갈등 등으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한국GM이 17일 창립 15주년을 맞았다.

우울한 상황을 반영하듯 이날 한국GM은 별도의 기념행사 없이 휴무일로만 정해 모든 임직원이 일손을 놓았다.

특히 올해의 경우 창립기념일과 함께 GM이 2002년 옛 대우차를 인수하면서 내건 '15년 경영권' 약속의 유효기간도 끝나기 때문에, 한국GM 임직원뿐 아니라 자동차업계 전체가 그 어느 때보다 긴장 속에 한국GM의 열다섯 번째 생일을 주시하고 있다.

우선 판매 실적 측면에서 한국GM은 '역대급' 부진을 겪고 있다.

한국GM 자체 집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한국GM은 국내외 시장에서 40만1980대를 팔았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7.5% 줄어든 것이다.

특히 내수 시장에서 거의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9월 내수 판매(8천991대)는 1년 전보다 36.1%나 급감했고, 1~9월 누적 내수 판매(10만2천504대)도 지난해 동기보다 19.9%나 적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8월까지 한국GM의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승용차+상용차)은 7.8%까지 떨어졌다. 이는 2002년 한국GM 창립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2006년, 2007년 10%를 웃돌고 작년까지만 해도 9.9% 수준을 유지했으나 올해 들어 상황이 크게 나빠졌다.

한국GM 관계자는 판매 부진의 원인에 대해 "재작년과 작년에는 트랙스, 말리부, 스파크 등의 부분변경 새 모델이 잇따라 출시됐지만, 올해의 경우 신차가 전기차 '볼트'와 '뉴 크루즈' 정도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창립 15주년 기념일 17일 하루 전 16일을 기점으로 GM이 보유한 한국GM 지분은 '처분 제한' 족쇄를 벗었다.

GM은 당초 2002년 옛 대우차를 인수하면서 15년간 경영권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제 산업은행이 한국GM에 행사할 수 있는 특별 결의 거부권(비토권)까지 만료돼 만약 GM이 한국GM 지분 매각과 함께 철수를 추진하면 더 붙잡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철수설'이 고조되자, 한국GM 노조는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글로벌 지엠의 수익구조 개편에 따른 구조조정과 물량 감소 탓에 국내 공장이 심각한 상황에 부닥쳤으나 정부와 산업은행이 무책임하게 어떤 견제나 경영 감시도 하지 않았다"고 대책을 촉구했다.

하지만 한국GM 측은 여전히 GM의 '완전 철수'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GM이 GM 내 생산, 디자인, 엔지니어링 허브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한국GM 관계자는 "GM의 대우차 인수 시 매각제한에 관한 어떤 추가적 이면 합의가 있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16일 이후 GM이 언제라도 철수할 수 있다'는 관측은 말 그대로 짐작일 뿐"이라며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GM이 '효율'을 강조하는 만큼, 한국GM도 설비 축소, 인력감축 등 수익성 개선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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