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나흘간 보여준 말과 행동은 전국민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국가 원수보다 더 높은 지위와 명예를 갖고 있으면서도 비행기 비즈니스석에 몸을 실었고 고급 방탄차 대신 소형차를 택했으며 호텔 스위트룸이 아닌 소박한 대사관 숙소에 머물렀다. 지금 이순간 우리 사회의 대표적 소외자로 꼽히는 세월호 유가족을 6번이나 만나 진정을 다해 위로했다. 정치인이나 주교 등 고위급들과의 식사나 회동 대신, 충북 음성의 꽃동네를 찾고 강정마을 주민, 쌍용차 해고 노동자,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 주민, 용산참사 피해자, 새터민, 환경미화원, 시설관리원 등 한국 사회의 소외된 이들을 찾아갔다. 약자들과 어린아이에게 입을 맞추고 권위는 벗어던진 친서민 파격행보. 그야말로 낮은 곳에 임하는 참된 성직자의 모습에 우리 국민들은 `프란치스코 앓이'로 표현될 만큼 종교와 세대를 초월해 감동하고 열광했다.

그뿐 아니다. 그는 분단의 땅 한반도에 "모든 한국인은 같은 형제 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며, 하나의 민족"이라며 평화와 화해를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18일 오전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함에 있어 관대함이 지속되어야 한다"며 "용서는 화해로 이르게 하는 문"이라고 강조했다. 잘못된 사람을 용서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우리가 어떻게 평화와 화해를 위해 정직한 기도를 바칠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남북한이 60년간의 갈등과 반목을 접고 서로를 용서하며 진정성있게 평화와 화해를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이날 미사에서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7명을 단상 바로 앞에 앉도록하고 그들의 손을 꼭잡아주며 위로도 했다. 70여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아직 충분한 사과와 보상을 받지 못한 그들을 극진히 예우함으로써 가해자의 각성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박5일의 역사적인 한국방문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갔다. 교황에 대한 열광과 감동은 시간이 가면 서서히 식을 것이다. 교황이 한번 다녀갔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갑작스레 변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교황은 고통받는자를 위로하는 역할에 그칠 뿐 구체적인 문제의 해결사가 될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그의 소탈과 겸손, 진정한 소통과 공감 능력을 배우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을 통해 우리 사회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은 우리가 감당해야할 과제인 것이다. 그것이 프란치스코 열풍을 2014년 8월 한순간의 열풍으로 끝내지 않는 길이다. 특히 독백만 있고, 대화가 없어온 우리 사회의 리더십은 진정한 소통과 화합을 강조한 그의 메시지에 귀기울이고 자성해야할 것이다. 당리당략만 내세우고 상대방을 힘으로 굴복시키려는 세월호법 대치정국의 어두운 안개가 조속히 걷힌다면 그것만으로도 교황의 방한 의미는 상당할 것이다. 또 남북한 당국자들이 서로 만나서 대화하고 차이점을 넘어서기 위한 기회들을 계속 창출해 나가는 계기가 2차 고위급 접촉 성사를 통해 마련된다면 이 또한 교황이 한반도 땅에 내린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에 대한 작은 응답이 될 수 있다. 고은 시인은 "진실이 무엇인가를 그의 얼굴이 보여주고 갔다"고 했다. 흰색 주케토(빵모자)를 쓴 교황의 온화한 미소가 마음을 닫고 살아가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뜨거운 울림으로 오랫동안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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