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하던 매와 꿩은 숲속에 숨어 그물을 쥐고 있는 장씨를 보고~

"푸드덕 푸드덕 푸드덕 캑캑 캑캑캑 캑캑 "

산기슭에서 밭을 갈던 장씨는 문득 하던 일을 멈추고 두 귀를 곤두 세웠다. 아까부터 산속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때문이었다. 푸드덕 덕,캑캑 ~ 그 소리가 아까부터 계속 들려왔다.

그러나 그 소리 뿐만이 아니었다. 

쫓기고 쫓는 소리가 나는가 하면, 한동안 조용해졌다가 또다시 들려오는 푸드덕, 캑캑캑 소리, 처음에는 별로 신경쓰지 아니했던 장씨는 계속 들려오는 소리에 그만 하던 일을 멈추고, 발소리를 죽여, 푸드덕거리는 소리를 따라 살금살금 발을 옮겨 떼었다. 그러나 일순 그 소리는 뚝 그치고 말았다. 

발자욱을 옮기던 장씨도 그만 제자리에 우뚝 서고 말았다. 소리가 들려오지 않으니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장씨는 제자리에 소리 내지 아니한 채 서서 숲속을 향하여 두 귀를 곧추세웠다. 

도대체 이 산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장씨는 속으로 소리의 비밀을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전혀 추측할 수 조차 없었다. 처음 듣는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장씨가 걸음을 멈추고, 숲속의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자 숲속을 지나는 늦가을 바람소리가 쏴- 하고 밀려왔다. 가을이 깊을대로 깊어 버린 숲속의 바람이 왠지 차겁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다음 순간 장씨는 그만 숲속에 온 신경을 모두었다. 아까 들었던 반복된 소리가 또다시 들려오지 않는가? 장씨는 잽싸게 몸을 움직여 숲속으로 향하였다. 소리나는 쪽이 바로 앞쪽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숲속의 소리를 확인하는 순간 장씨는 빙그레 미소를 띠우고 말았다. 그토록 신경 쓰였었던 소리란 한 마리의 어린 매와 한 마리의 커다란 숫꿩이 엎치락 뒤치락 싸움을 하고 있는 소리가 아닌가? 

장씨는 온 힘을 다하여 싸우고 있는 한 마리의 매와 꿩을 바라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그 싸우는 소리 때문에 여지껏 일조차 멈추면서 그토록 긴장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실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장씨의 마음은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어부지리란 말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전국책'의 연책에 나와 있는 고사로 도요새와 무명조개가 다투는 틈을 타서 한 어부가 둘 다 잡았다는 이야기도 있거니와 쌍방이 싸우는 틈을 이용하여 제 삼자가 애쓰지 아니하고 이들을 가로챌 수 있지 않겠는가? 

바로 그렇다. 장씨는 매와 꿩을 한꺼번에 잡을 궁리를 하고는, 곧 그 자리를 소리없이 빠져나와 집으로 향하였다. 두 마리의 새를 잡을 새그물을 가져오기 위해서였다. 

집으로 향하여 산에서 내려오면서 장씨는 참으로 흐뭇한 생각만을 하였다. 우선 집의 새그물로 싸움에 지친 두 마리의 새를 잡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어린 매는 정성스럽게 기르고 훈련을 시키어 장차 꿩같은 날짐승을 잡을 수진매로 기를 것이요,자랄대로 다 자란 커다란 숫꿩은 그대로 잡아 다정한 이웃 친구들과 더불어 술잔을 기우리라. 생각할수록 장씨의 마음은 흐뭇하기 이를데 없었다. 

빠른 걸음으로 집에 돌아온 장씨는 곧 새그물을 챙겨서 산으로 다시 향하였다. 지금쯤 어린 매와 커다란 꿩이 싸움에 지칠대로 지쳐 이제는 날아갈 기력조차 잃어버리고 말았겠지? 그러면 힘도 들이지 아니하고 그물을 던져 두 마리 모두 사로 잡을 수 있으리라. 장씨는 산에 급히 올라갔다. 

장씨의 생각대로 매와 꿩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었다. 매와 꿩의 싸움에서 어찌 꿩이 매의 상대가 될까마는 매는 어리디 어린 것이라서 아직 사냥에 익숙해지지 못한 탓인지 꿩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으며, 이미 자랄대로 다자란 숫꿩 또한 어린 매이기 때문에 온갖 힘을 다하여 싸우고는 있었지만, 아무리 어린 매이기로소니 맹금임이 분명하여 싸우는 데에 사력을 다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장씨는 그러한 싸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물을 던질 기회를 찾고 있었다. 

마침내 장씨는 싸우고 있는 두 마리의 새를 향하여 그물을 던지려고 그믈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장씨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매와 꿩이 그토록 맹렬하게 싸우다가 일시에 약속이나 한듯이 싸움을 멈추지 아니하는가? 그러나 그뿐만이 아니었다. 

매와 꿩은 서로 마주보다가 숲속에 숨어 그물을 움켜쥐고 있는 장씨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 장씨는 이 뜻하지 않은 일에 잠시 움켜쥐고 있던 그물을 내던지지도 아니하고 매와 꿩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잠시후에 장씨의 손에서 그물이 벗어났을 때 어린 매와 커다란 숫꿩은 이미 저만큼 달아나고 있었다. 그물은 어이없게도 빈 숲속의 한곳에 널푸러졌을 뿐 매나 꿩의 깃털 하나도 휩싸지 못했다. 

장씨는 그만 멍하니 달아나는 매와 꿩을 바라보다가 곧 뒤를 쫓아갔다. 이제까지 죽기를 각오하며 그토록 요란한 싸움을 벌였으니, 조금만 뒤쫓으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한참을 웃고 난 마을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도 이름조차 없었던 산에 이름을 지어 불렀다. 매가 날아올라간 산이라 하여 매봉재, 또는 꿩이 산속으로 날아가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다 하여 눈치(눈티)라 부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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