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흙목욕 못해 대다수가 살충제 써, 경기 지역에 대한 달걀 불안감 커질까

식용란 살충제 검사결과 적합 판정을 받은 경기도 화성시의 한 농장에서 16일 오후 직원들이 계란 출하 작업을 하고 있다.

"30년 양계장 하면서 살충제 성분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진드기 퇴치에 좋다는 약을 썼을 뿐인데 당황스럽습니다"

16일 오전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나온 경기도 남양주의 양계농가 마리농장에서는 직원 5명이 침통한 분위기 속에 계란을 수거해 쌓는 작업을 했다.

작업 방식은 평소 같았지만, 수거된 계란의 운명은 달랐다. 2만여개의 계란은 시장에 나가지 못하고 시청 트럭이 싣고 가 전량 폐기된다.

양계장 관계자는 "매일 나오는 계란을 언제까지 폐기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란을 수거하는 일이 벌을 받는 것처럼 참담하다"고 말했다.

진드기는 이 농장의 큰 골칫거리였다. 야생 닭은 흙에 몸을 문지르거나 발로 몸에 흙을 뿌려 진드기를 제거한다. 하지만 복도식 시설의 좁은 케이지에서 갇혀 사는 산란계는 스스로 진드기를 제거할 방법이 없다.

마리농장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농장 전체 크기는 2천500평 정도지만, 닭 한 마리에게는 몸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공간만 허용됐다.

3개 층으로 이뤄진 복도식 닭장 속에 산란계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닭은 앞쪽에 설치된 모이통으로 머리를 내밀 수 있을 뿐, 몸을 바닥에 비비기는 불가능했다.

양계장 관계자는 이런 여건상 진드기 살충제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닭에 진드기가 달라붙으면 괴로워 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고, 산란율에도 직격타"라며 "효과가 좋다는 약이 있으면 이것저것 약을 바꿔가며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구매한 살충제를 양계장 구석에 일부 살포했고, 닭이나 계란에는 직접 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닭과 계란에 직접 약을 뿌리면 안 되고, 농약은 쓰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 정도만 들었을 뿐 구체적인 금지 성분에 대해서는 수십 년간 들어본 적도 없다"며 "보통 양계장 업주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라며 하소연했다.

살충제 달걀로 인해 피해를 본 농가는 이뿐만이 아니다.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광주·남양주 지역 농장주의 근심이 크다.

광주의 한 산란계 농장 관계자는 "우리 농장에서는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았고 검사도 일찍 받아 안전하다는 결과를 받았지만, 우리 지역 달걀에 대한 불안감이 너무 많이 번졌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AI 발병 사태에서 벗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이런 일이 생기니 앞으로 추가 계약에 어려움을 겪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이날 전국 모든 산란계 사육농가 가운데 243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양주 양계농가 달걀에서 살충제인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산란계 농가는 경기도 남양주(피프로닐), 경기도 광주(비펜트린 초과검출), 전북 순창(비펜트린 기준치 이하 검출)을 포함해 모두 5곳으로 늘었다.

정부는 부적합 농가들을 상대로 살충제 구매 경위 등을 조사하고 생산·유통 달걀에 대해 유통 판매 중단 조치에 들어가는 한편 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에 대해서는 증명서를 발급해 정상 유통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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