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일련의 남북 공동 사업들을 제안했으나, 북한은 이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또 우리 측이 오는 19일 갖자고 제의했던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우리 측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으나,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 형국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박 대통령의 공동사업 제안에 대해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면서 "북남 협력의 길이 반통일적인 '5·24 조치'에 의해 꽉 막혀버렸다"고 주장했다. 고위급 접촉도 우리 측이 제의한 19일 개최가 어려워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이제라도 고위급 접촉 개최에 동의해와도 사전 준비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19일 2차 고위급 접촉 개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안타까운 일이다. 북한이 정말 한반도 평화를 원한다면 우리 측의 제의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한다. 핵무기 개발 같은 큰 문제에서 당장 합의가 어렵다면 환경, 문화, 민생 부문의 남북공동 협력사업 같은 작은 문제들에서부터 함께 평화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북한은 이번 주 시작되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주장하며 `선제타격'을 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합동참모본부는 이에대해 UFG 연습이 "대한민국을 방어하기 위한 훈련"이라면서 "우리 군의 경고를 무시하고 다시 도발한다면 가차없이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또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한 14일 동해상으로 300㎜ 방사포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 5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됐을 때 다시한번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무력 도발을 한 것이다. 북한은 국제적인 비난여론이 일자 교황이 "무슨 목적으로 남조선을 행각하며 괴뢰들과 마주앉아 어떤 문제를 모의하려고 하는지" 운운하며 "교황이 하필이면 일년 열두달 소털 같이 하도 많은 날들 중에 굳이 골라골라 우리의 정상적인 계획에 따라 진행된 최신 전술로켓 시험발사 날에 남조선 행각 길에 올랐는가"라고 말했다. 교황의 방한 날짜는 지난 3월10일에 결정됐다. 종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 교황의 방한은 아무런 관심사나 고려사항도 되지 못한 것이다. 교황은 지난 15일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즉흥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기원했다. 북한이 이 연설을 귀담아 들었기를 바란다.
 

정부는 최근 통일준비위원회 출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인천 아시안게임에의 북한 응원단 파견 등으로 이어지는 큰 흐름 속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과 공동사업 제안 등으로 남북관계의 전환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북한은 5·24조치 해제를 거듭 주장하며 우리 제안에 부정적인 모습이다. 북한은 5·24 조치 해제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잊고 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이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의 도발로 우리 국민 수십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민주국가에서 국가의 중요한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보호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5·24 조치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북한측이 그동안의 도발에 대한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해제하려면 북한의 도발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돼야 한다. 즉, 국민이 납득할만한 북한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부도 이 조치를 해제할 명분이 없다. 북한은 이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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