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우리 사회의 관심을 단연 집중시키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과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그린 영화 `명량'이다.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에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4박 5일의 짧지 않은 일정중에 우리 사회에 평화ㆍ화해의 메시지와 함께 세월호 참사 유족 등 고통받고 소외된 사람을 위한 끊임 없는 위로로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영화 명량은 1천362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를 제치고 역대 흥행 순위 1위에 오르면서 문화, 산업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영웅 이순신, 이순신 리더십의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감동과 열풍 속엔 과연 무엇이 있는 것인가.

교황은 도착 후 한반도 평화와 화해, 물질주의 사회에 대한 경계의 메시지를 던졌다. 첫날 밝힌 메시지는 여러 면에서 주목을 받는다. 평화는 정의의 결과이며 정의는 과거의 불의는 잊지 않되, 용서와 관용을 요구하고 평화는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대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믿음을 기초로 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 시복식 등 공식 행사뿐 아니라 행사 중간 중간에는 세월호 유족을 위로하는 일도 쉬지 않았다. 부패와 비리의 산물, 불의라 할 수 있는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았고 아픔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곁에서 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교황의 이런 조용한 실천의 메시지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 아닌가 싶다.

개봉 18일 만에 역대 최대흥행기록을 세운 명량은 문화,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이순신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주연배우의 절제된 명연, 할리우드 해상 블록버스터에서도 시도하기 어려운 61분에 달하는 해상전투신 등이 큰 역할을 했지만 위기의 순간에 절실한 리더십을 갈구하는 열망이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영화에 묘사된 리더십에 대해선 관객마다 받아들이는 점은 각각 다르다. 사즉생(死卽生)의 자세를 꼽기도 하고 `민관군이 합동해 위기를 극복, 국론을 결집했던 정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백성을 향한 충의, 승리를 백성이 가져다준 천행으로 여기는 리더십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가장 높은 것 같다.


감동과 열풍의 배경은 안타깝게도 대화를 통해 평화와 화해를 이룰 능력, 분열을 치유하고 위기를 극복할 리더십의 부재였던 셈이다. 지도자와 기득권이 먼저 각성하고 풀어가야 할 과제다. 그 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와 영화 명량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우선 평화는 대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마지막 한 사람의 목소리까지 열린 마음으로 듣고 소통하는 것, 상대방을 향해 생각과 마음을 열 수 없으면 진정한 대화가 아니라 독백이라는 메시지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영화 명량에서 전투가 끝난 후 "우리가 이렇게 고생한 것을 후손이 알까?"라고 내뱉는 병사들의 푸념에 공감하는 국민의 답답한 심정을 달래줄 수 있게 더 낮은 곳에서 인내심을 갖고 대화하는 리더십을 실천하는 것이 그다음 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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